[딥뉴스]코로나만 문제일까…일상화된 '사회적 죽음'

코로나 만큼 심각하지만 관심 덜한 신재 사망.노인 자살
빈부.계층 가리지 않는 코로나와 달리 취약층에 쏠려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늘어나는 16일 서울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코로나19는 전(全)지구적으로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에 대해 경종을 울리기도 했고, 4차 산업혁명을 논하면서 전염병에 나약한 인류 문명의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선진국들의 허술한 의료 시스템을 목도하게 하면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코로나19와 비슷한 형태의 전염병이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에 우리의 안전과 생명은 계속 위협받게 됐다.

한국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 확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인명피해는 278명으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코로나는 우리 경제.사회적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을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 코로나로 경제, 교육을 넘어 삶 전체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울한 관측이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 이전에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사회적 죽음'이라는 만성적인 질환에는 코로나만큼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코로나는 빈부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사회적 죽음은 약자들에게 쏠리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는 자연적 재해에 가까운 재난이지만, 사회적 죽음은 법과 제도 등 우리의 노력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기계에 끼어서 죽는 젊은이들...해마다 산재사망 2천명 넘어

2019년 9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 에 참석한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왼쪽 세번째)가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2018년 고(故) 김용균씨의 죽음 등으로 알려진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피해는 코로나를 압도한다. 지난해만 해도 202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숨졌다. 구체적으로 사고 사망자는 855명, 질병 사망자는 1165명이다.


산재 사망사고가 크게 줄었다고 해도 OECD 국가 중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달 22일 광주 하남산업단지 재활용업체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 김재순씨는 파쇄기에 끼어 숨졌다. 4년 전 구의역 김군 사건, 2년 전 김용균씨 사건 등과 너무 닮은 판박이다.

대책위원회 진상조사 결과 가장 기본적인 2인1조 작업원칙이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고, 파쇄기 투입구 덮개·작업 발판, 보호구 등 안전장치도 갖춰지지 않았다.

지난 4월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시 물류 창고 화재사건도 안전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면 요란하게 수사 당국이 조사를 하고 원인을 찾아내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 기업 및 책임자 처벌법'(사업주나 책임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을 발의했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지난 2017년에도 내놨지만,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흐지부지됐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사고는 많지 않지만, 산재 사망율(OECD 국가중 3위)이 유독 높다. 이는 사망에 이를 만큼의 사고가 아니면 산재 사고로 신고되지 않는 '숨음 산재'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극한 빈곤에 세상 등지는 노인들…부끄러운 '세계 1위'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한국의 많은 노인들은 신체적 질병과 외로움 외에도 가난병(病)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 못지 않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5.7%로, OECD 평균(12.9%)의 4배에 달한다. 일자리나 금융소득 등 마땅한 수입원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사회 안정망도 일상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극빈 노인층이 기초연금(최대 월 30만원)을 받으면 기초생활 보장 생계급여 액수(약 50만원)가 낮아지도록 돼 있어 '줬다 뺏는'는 기초 연금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은 극빈 노인층이 기초연금(최대 월 30만원)을 받으면 기초생활 보장 생계급여 액수(월 50만원 정도)가 낮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5만명 정도가 기초연금을 포기하고 있다.

이에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에게 10만원을 추가해 주는 법안 처리가 2년 연속 추진됐지만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인에 대한 공적 지출은 OECD 평균(7.7%)을 한참 밑도는 2.23%에 그쳤다. 그만큼 빈곤과 질병, 고독 등을 겪고 있는 노인들에게 돈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공적 연금이 노인가구 소득에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 11.9%에 불과한데,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등은 80~90%대를 차지했다.

극심한 빈곤은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 되고 있다. 노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중 1위가 바로 경제적 문제(생활비)였다.

한국은 다른 연령대의 자살률도 높지만, 노인 자살률은 수년째 OECD 국가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9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2015년 기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18.8명)보다 3배 가까이 높다.

2위인 슬로베니아(38.7명)와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노인들에 대한 학대도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신고된 노인 학대는 모두 1,963건으로 처음 통계를 작성한 2005년에 비해 3.3배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령화로 사회와 가족의 부양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부양 부담자의 스트레스나 부담을 가중시켜 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에서 상담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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