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보물 불상 2점, 경매에서 안 팔린 이유는?

케이옥션 경매서 모두 유찰
"사회적 큰 관심 속에, 개인이나 사립미술관 응찰 부담"
문화재 전문가들, "간송, 유물 계속 내놓을 것"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 경매에 간송미술관의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이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나왔으나 유찰됐다.(사진=케이옥션 홈페이지 캡처)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보물 불상 2점이 모두 유찰됐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린 경매에 간송미술관의 보물 제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제285호 금동보살입상이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나왔으나 응찰자가 없어 결국 새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에 사재를 털어 문화유산을 지킨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두 불상은 1963년 보물로 지정된 것으로 최근 간송미술관 측이 재정난을 이유로 매각을 결정해 경매에 나왔다.

간송미술관 소장 국가지정문화재가 공개적으로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큰 관심을 모았다. 경매 현장에 취재진과 관계자 등이 몰린 가운데 이날 마지막 순서로 저녁 6시쯤 시작했지만 경매 결과는 모두 유찰이었다.

금동여래입상은 7세기 중반 통일신라 불상으로, 팔각 연화대좌 위에 정면을 보고 당당한 자세로 선 모습으로, 높이가 38㎝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제작된 우리나라 금동불상으로서는 드물게 크다.

금동보살입상은 6~7세기 신라 불상으로 높이는 약 19㎝로, 거창에서 출토됐다. 양쪽으로 뻗쳐진 옷 주름, 구슬 장식, 두 손으로 구슬을 잡고 있는 모습 등이 6세기 말이나 7세기 초 불상의 특징을 보인다.

경매를 앞두고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가 기관이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해 문화재 구입 예산이 40억원인 국립중앙박물관이 경매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민간 후원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 등이 구매자금을 보태는 방식 등도 거론됐다. 경매 당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측이 구매 의사를 전하며 경매 중지 후 개별 거래를 타진했지만 판매자 측 입장에 따라 경매가 예정대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케이옥션에서 공개한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왼쪽)과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번 경매는 왜 유찰됐을까?

문화재 전문가들은 예정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국립중앙박물관 등이 나서서 사들이지 않으면 애초 유찰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번 경매가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면서 개인이나 사립미술관 등이 섣불리 나서기가 곤란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보물을 사들이고 나서 신고하면 나중에 소유자가 누군지 드러나기 때문에 응찰자의 부담감이 크다"며 "더구나 간송미술관이 내놓은 첫 사례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웠을 거라, 예견된 결과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솔직히 국립중앙물관은 이미 비슷한 불상을 가지고 있어 굳이 무리해서 살 절박함이 없었다"며 "그런 가운데 경매에 나온 것이라 상황에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에 성공하지 못한 간송 측이 다시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매를 통해 이번 불상을 다시 낸다든지 다른 유물을 내놓을 때 한꺼번에 같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 전문가는 "경매를 통해 다시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며 "이번 첫 사례를 통해 간송 측도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전문가는 "이번에 내놓은 불상이 상징적 유물은 아니"라며 "가장 변방에 있는 문화재를 내놨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경영위기가 계속된다면 상황에 따라 핵심적인 유물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간송은 현 간송미술관인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 보화각을 1938년 세워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신윤복의 미인도, 국보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최정상급 문화재들을 수집했다. 지난 2018년 별세한 간송 장남 전성우 전 간송문화재단 이사장과 간송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까지 3대에 걸쳐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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