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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말로만 일하는 국회?…동상이몽 벗어나야 (계속) |
◇21대 첫 국회 처리 법안은 일하는 국회법?
일하는 국회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첫 처리 법안을 국회법으로 지정하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했던 개정안은 △상시국회 도입을 비롯해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기한 축소(현행 최장 330일) △본회의·상임위 불출석 의원 세비 삭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국회 윤리위원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의 단장인 한정애 의원은 "일하는 국회가 되는 데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21대에 발의할 법안의 수위가 박 의원 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희박함을 시사했다.
여야 모두 일하는 국회로의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는 있지만, 20대 보다 의석수가 대폭 감소한 미래통합당은 자칫 일하는 국회법이 민주당 일방통행법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한 상황이어서 상임위는 물론 본회의에서도 어떠한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상시국회 등을 통해 국회를 활성화할 경우 민주당 입맛에 맞는 법안들이 대거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차원에서 보면 법사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전부 야당이 가져가야 한다"며 법안과 예산안 처리의 게이트 키퍼(gate keeper) 역할을 하는 두 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정쟁 도구인가 법률 완성도 위한 시스템인가
체계·자구 심사란 법안의 위헌성, 모순, 타 법률과의 충돌 등을 막기 위해 그간 법사위로 하여금 타 상임위원회 통과 법안에 대해서도 검토하는 일로 법사위에만 존재하는 기능이다.
논란은 이 권한으로 인해 단원제인 우리 국회 시스템에서 법사위가 사실상의 상원 역할을 하면서 하나의 특권처럼 인식되고 있는 데다, 법안 처리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기능을 하면서 불거졌다.
특히 근래에는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관행적으로 야당에게 부여하면서 여당의 발목을 잡는 도구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다.
20대 국회의 법안처리율이 37%에 그치면서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한이 이에 한 몫 했다는 부정적인 비난 여론 또한 함께 커지고 있다.
4·15총선을 통해 177석의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에 추진력을 더할 수 있는 좋은 시기로 보고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한을 다른 곳으로 옮겨 법안 처리 속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의 선임 부대표인 조승래 의원은 26일 추진단 회의 후 브리핑에서 "체계·자구 심사와 관련된 것은 지극히 기술적인 문제라는 게 저희들이 가진 기본 취지"라며 체계·자구 심사권을 법사위에서 국회의장 직속 검토 기구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의석이 크게 줄어들며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가 더욱 어려워진 통합당으로서는 정무적인 이유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체계·자구 심사권을 법사위로 부터 완전히 빼앗는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법사위 통합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원구성 협상 가속화…양보와 협력의 협치 가능할까
그간 상대방을 높이 평가해 온 두 원내대표는 적지 않은 긴장감 속에서도 '법정 시한 내 원 구성'이라는 원칙에 공감하면서 일하는 국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법정 시한을 준수해서 개원하고 제대로 일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 원내대표는 "주 원내대표가 오늘 제가 가장 듣고 싶어 했던 말을 해줬다. 국회법에 정해진 제 날짜에 국회를 여는 것, 이게 지금 국민이 가장 바라는바"라고 화답했다.
남은 과제는 현재 의석으로 충분히 독주가 가능한 민주당이 얼마만큼을 통합당에 양보하느냐와, 의석수 감소로 인해 물리적으로 민주당의 정국운영에 제동을 걸기 쉽지 않아진 통합당이 합의제 관행 등을 핑계로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매달리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책에는 적극 협조할 수 있느냐이다.
여야는 이미 지난해 패스트트랙 사태를 통해 다수의 일방적 법안 처리의 단점과, 정치개혁특위에서의 선거법 논의 과정을 통해 무책임한 야당의 모습을 각각 국민들에게 보여준 바 있다.
현재 18개인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민주당 11 대 통합당 7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의 배분 등 쟁점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법정 시한인 다음달 8일까지 원구성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여야 협치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