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총명(북도회관 사장)
전북 익산에 가면 희한한 경고문을 내걸고 있는 삼겹살집이 있습니다. 내용은 이래요. ‘얘들아, 그냥 삼촌, 이모가 밥 한 끼 차려준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와서 먹자. 몇 개만 지켜주기를 부탁할게. 첫째, 가게에 들어와서 쭈뼛쭈뼛 눈치 보면 혼난다. 둘째, 뭐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해 줘. 눈치 보면 혼난다. 셋째 오기 전에 꼭 삼촌한테 전화해 주고 와줘라. 고기 불판에 열 올려놓을게.’ 이런 건데요.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바로 끼니를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고기를 마음껏 먹게 해 주겠다는 고깃집 주인장의 경고문입니다. 아니, ‘결식아동 카드가 있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으시죠? 직접 만나보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이 고깃집의 사장님 정총명 사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 정총명>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결식아동이면 누구라도 가서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 정총명> 네, 결식아동이면 누구나 가능한 거예요.
◇ 김현정> 고기를요?
◆ 정총명> 네, 고기뿐 아니라 가게에 나오는 모든 음식들이 다 가능한 거예요.
◇ 김현정> 고기는 특히 비싸잖아요.
◆ 정총명> 그런데 그거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죠.
◇ 김현정> 언제부터 이 결식아동들에게 마음껏 와서 먹어라, 이런 좋은 일을 시작하셨어요?
◆ 정총명> 저희도 시작한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좀 찾아보니까 (결식아동 문제가) 좀 많이 심각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희도.
◇ 김현정> 그런데 결식아동들은 끼니 챙길 수 있도록 정부에서 카드를 주거든요. 꿈나무 카드라고. 그런데 ‘그거로는 뭔가 좀 부족하다’ 생각하신 거예요?
◆ 정총명> 현실적으로 금액이 너무 적다 보니까.
◇ 김현정> 얼마인데요?
◆ 정총명> 5000원 그렇게 알고 있거든요. 하루에 5000원이면 걔들이 먹을 수 있는 게 국밥 같은 경우에도 7000~8000원 정도 되고 애들이 좋아하는 돈가스며 짜장, 짬뽕도 6000원 이상 그렇게 줘야 되는데 애들이 그 돈 가지고 먹을 수 있는 건 동네 분식점이라든지 그냥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과자 사는 정도?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금액이라서 이런 봉사를 하고 싶다, 하고 싶다 하다가 (홍대 '진짜 파스타'가 시작한 선한영향력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방송을 통해 저도 참여하게 되었어요.
◇ 김현정> 아니, 어때요? 아이들이 많이 찾아와요? 지난 몇 개월 동안.
◆ 정총명> 제가 지금 대충 셌을 때 한 6, 7팀 이렇게밖에 못 오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한 7개월 됐는데 6~7팀밖에 안 됐어요?
◆ 정총명> 네. 이게 홍보가 부족하다 보니까 애들이 또 미성년자다 보니까 눈치보고 좀 그런 게 심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럴 수 있죠. 아직 많은 팀이 와서, 많은 아이들이 와서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
◆ 정총명>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같은 경우에는 결식아동은 아닌데 저희 밖에 이거(입간판)를 보시고 어르신께서 손주랑 같이 와서 고기 드시고 하신 분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걸 보고 어르신이 들어오셨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 정총명> 이제 손주한테 따뜻한 밥은 먹이고 싶은데 형편상 고기 먹일 수 있는 상황이 안 돼서 혹시 저희가 결식아동은 아니지만 그렇게 저희 손주랑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나 하면서 오더라고요.
◇ 김현정> ‘우리 형편이 고기를 아이에게 펑펑 먹일 수 있는 형편은 안 됩니다. 좀 먹어도 될까요?’ 이렇게 용기내서 말씀하신 거군요. 할아버님이.
◆ 정총명> 네. 봉사라는 게 아기가 됐든 어른이 됐든 그 기준을 두고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엄청 기분 좋게 드시고 나가셨어요.
◇ 김현정> 더 홍보가 돼서 아이들이 더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그러셨더라고요. 진짜 많이 가도 감당되시겠어요?
◆ 정총명> 그런 거는 전혀 문제없을 것 같아요. 저희 가게가 망하기 전까지는 (웃음)
◇ 김현정> 이건 제가 그쪽 익산에 안 살아서 잘 모르겠는데 장사 잘 되는 가게입니까?
◆ 정총명> 그냥 꾸역꾸역 잘 버티고 있습니다. 타지에서 와서 저희 어머니, 누나, 와이프, 이렇게 가족끼리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 김현정> 그런데 그렇게 꾸역꾸역 되는 식당에 아이들이 너도나도 고기 먹겠다고 몰려가도 이것도 조금 사장님 걱정되는데요, 저는.
◆ 정총명> 그런데 기분이 좋잖아요. 항상 일하면서 쉬는 날 없이 항상 지쳐 있는데 그래도 그런 친구들이 와서 맛있게 먹고 또 나중에 기억해 주고 하는 게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가족끼리 식당 운영하신다고 했는데 혹시 가족 중에 반대한 분은 안 계셨어요?
◆ 정총명> 제가 좀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어머니나 누나는 더 적극적이었고 와이프도 마찬가지로.
◇ 김현정> 그럼 최초 아이디어는 누구 아이디어였는데요?
◆ 정총명> 처음 아이디어는 제 누나였어요. 제 와이프랑.
◇ 김현정> 누나와 아내가 아이디어를 내셨고, 오히려 사장님은 ‘이게 조금 괜찮을까’ 이러셨어요?
◆ 정총명> 네, 아무래도 저는 걱정이 좀 앞섰거든요.
◇ 김현정> 뭐라고 설득을 하던가요? 누님과 아내 분이.
◆ 정총명> 좋은 일 하면 무조건 돌아온다고. 그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좋은 일 하면 언젠가는 복 받는다. 그만큼 돌아온다.’
◆ 정총명> 네, 생각하지 말라고, 많이.
◇ 김현정> 굉장히 멋진 올케와 시누이 사이네요. 식당 이름 그냥 말할게요. 좋은 식당 이야기 해도 되죠. 북도회관이죠?
◆ 정총명> 네, 전라북도 할 때 북도회관.
◇ 김현정> 그럼 지금 전국에 끼니를 조금 챙기기 어려운 아이들이 듣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향해서, 전국 방송이에요. 연결된 김에 한 말씀하시죠.
◆ 정총명> 당연히 제가 그때 됐더라도 눈치를 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혼자 오라는 얘기는 저희는 안 하거든요. 그냥 친구랑 와서 친구한테는 잘 아는 삼촌 가게에 가자고 해서 친구한테는 한 턱 낸 것처럼 행동하고. 저한테는 나중에 눈짓만 주면 센스껏 계산됐다고 해서 하면 되니까 그냥 신나게 먹고 당당하게 걸어나가기만 하면 되는 것 같아요.
◇ 김현정> 통큰 사장님이세요. 그 아까 아내분하고 누님이 그러셨다고 그랬잖아요. ‘언젠가 좋은 일 하면 언젠가 나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 정총명> 네.
◇ 김현정> 저는 그 말 믿거든요. 아이들이 많이 찾아가서 배불리 먹고 행복감 느끼고 그 느낌만큼 사장님도 복받으실 거라고 믿습니다.
◆ 정총명>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여기까지 말씀 나누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정총명>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선한 영향력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고기를 선사하고 있는 곳, 그 식당의 주인이세요. 정총명 사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