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위원장이 뒷벽에 걸린 독도 사진을 가리키며 "독도는 국제법상으로나 지리적, 역사적으로나 대한민국 영토"라고 힘주어 말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일본 정부는 전날 발간한 2020년 판 외교청서에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망언을 되풀이한 터다.
올해 외교청서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표현을 3년 만에 다시 기재했지만 독도와 일본군 위안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등 영토·역사 문제에 대해선 일말의 개선 징후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의 독도에 대한 인식은 중요한 이웃 나라가 자신들의 고유 영토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미타 대사는 주재국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면전에서까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우기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는 "외교청서는 (일본) 국민에 설명하는 자료"라며 "외교청서에는 늘 일본이 유지해왔던 일본의 입장이 설명돼있고 새로운 입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돌려 말했다.
그러나 도미타 대사의 말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얼마나 억지스러운 궤변인지를 드러낸다.
한국의 외교백서나 일본의 외교청서 모두 자국의 주요 외교 사안과 정책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함이다.
우리의 외교백서가 영문판으로도 나오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대내용, 대외용 목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만약 "외교청서는 (일본) 국민에 설명하는 자료"라는 도미타 대사의 말이 맞다면 겉과 속이 다름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7월 수출규제 때는 한국이 마치 대북 수출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처럼 주장하며 명분으로 세웠지만 실상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성격이었음을 누구나 안다.
올해 3월 우리 정부와 사전협의조차 없이 단행된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역시 비슷한 양상의 반복이다.
일본은 단순한 방역 목적임을 강조했지만 한일 양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방역 역량 등을 감안할 때 누가 봐도 비합리적 주장이다.
당시 우리 외교부는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극히 유감"을 표명했을 정도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혼네(本音·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겉마음)로 구분되는 일본인 특유의 의식구조를 이해하고 혼네를 간파해내는 일본 독해법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외교청서가 국내용인 것처럼 설명한 도미타 대사의 말은 일부 진실도 담고 있다.
지리적,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독도는 한국 땅이 분명한데도 허튼 주장을 끝없이 반복하는 진짜 속셈은 평화헌법 개헌과 군사 재무장을 위한 사전 여론전에 있다.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이 집무실에 한반도 지도를 버젓이 걸어놓은 사진이 19일 때마침 공개된 것도 가볍게 흘려보낼 일만은 아니다.
다양하고 교묘한 방식의 '한국 때리기'를 통해 일본 우익을 결집시키고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려세우는 것이다.
일본의 속내가 무엇인지 안다면 이에 대처할 방법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실제 실행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우경화, 군국주의 부활을 향한 일본의 의도에 휘말려 들거나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결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일본의 도발 중독이 언제쯤 고쳐질지 알 수 없는 우리로선 답답할 노릇이지만 양국의 객관적 국력 차가 더 좁혀지기 전까지는 뚜벅뚜벅 호시우행 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수출규제를 정공법으로 돌파하고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헤쳐 오면서 우리 국민의 자신감이 한껏 높아진 사실이다.
소재·부품·장비를 전적으로 의존했던 일본의 높은 벽도 결코 못 넘을 대상은 아니었고 방역 선진국 타이틀은 우리가 먼저 차지했다.
한일관계에서 피동적으로 반응하던 낡은 습벽을 깨고 능동적이고 대국적으로 대처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