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통합당, 이기고 싶은가…박정희·박근혜 대신 YS를 따르라

[김진오 칼럼]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난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오월그날' 책을 보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미래통합당 당선자든, 낙선자든 모이기만 하면 어떻게 해야 통합당이 살아날 수 있는가를 입에 달고 산다.

그만큼 절발함의 표현이자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민의 숨결을 느끼고 싶거든 잔인했던 광주의 5월을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다음엔 5월의 죄과에 대한 참회를 해야 한다.

5·18광주학살은 전두환·노태우 신군부 일당이 일으킨 민주화운동 탄압을 넘어 양민 학살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고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 된지 오래다.

극우 보수층이나 그들을 숙주로 삼고 있는 보수 유튜버들의 혹세무민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서는 이종승, 김순례, 김진태 의원이나 망언을 일삼는 지만원 씨 등과 같은 극우론자들의 억지 주장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표를 먹고 사는 국회의원들로서, 목소리가 큰 지역구민의 정서와 요구를 무시할 순 없을지라도 당 차원에서는 그런 부류들을 떼어내야만 보통의 상식적인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통합당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에 다름 아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헌화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유승민 의원과 주호영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등만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며 "유가족에 사과한다"고 했지만 대다수 의원들과 21대 당선자들은 기존의 습성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5·18 단체 일부 관계자가 "'상심한 분께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올 5·18사과 발언이 진정성이 있다"며 물병세례가 아닌 감사 인사로 받아들였지만 통합당 차원의 진정한 사과와는 괴리감이 상당하다.

미래통합당의 핵심 지지층이랄 수 있는 수구 성향의 보수 세력들에겐 5·18 사과란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통합당이 지금의 수렁에서 빠져나와 생존력을 되찾고 미래로 전진하고자 한다면 현재처럼 과거에 똬리를 틀고 있으면 어림없다.

총선 참패 직후라지만 5%가 넘는 대국민 지지율을 가진 대선 후보가 없다는 건 '불임 정당'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대로 가다간 1년 10개월 남은 대통령 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2020년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까지도 처참하게 당하지 말란 법이 없다.

5연패도 부족해 내리 8연패를 하면 끝장난다.

지난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친노무현 세력이 부활했던 것과 같은 상상 못할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통합당이 살아날 가망은 현재로선 아주 낮아 보인다.

5·18 참회는 그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당의 쇄신과 혁신으로 연결될 출발점이 되는 정치적 특성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5·18 40주년 기념식에서 "이제라도 5·18 진실을 고백하면 용서할 것"이라는 발언은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세력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고 있는 통합당에도 적용된다.

미래통합당을 짓누르고 있는 큰 짐을 벗어던지고 나면 시대 흐름을 읽는 안목이 생길 것이며 40대 이하 세대에 다가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바꾼다'는 말처럼 굴레를 벗어던짐과 동시에, 진정성 있는 참회는 새 물결을 만들 수 있다.

미래통합당(전두환의 민정당→노태우·김영삼·김종필의 민자당→김영삼 신한국당→이회창 한나라당→ 박근혜 새누리당→한국당→통합당)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이 없었다면 이미 역사적으로 사라졌을 정당이었다.

YS가 지난 1990년 1월 노태우 정권과 3당 합당(당시 야당은 야합이라고 지칭)을 하고 첫 문민시대를 열지 않았던들 국민의 심판이 진즉 내려졌을 것을, 작금에 이르러서야 퇴출의 위기를 맞은 것은 일정 부분 YS의 공이 아닐까.

김대중(DJ)을 찾으라는 게 아니고 지난 30년 동안 지켜준 YS에게로 달려가라는 조언이다.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의 단식 모습.(사진=연합뉴스)
YS는 누가 뭐래도 군사독재 세력과 그 잔재를 청산하려고 했던 민주·개혁주의자였다.


지난 1996년 민자당을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YS는 4월 총선에 김무성·이재오·김문수·홍준표 등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 신인들을 대거 여의도에 진출시켰다.

신한국당에 씌워진 전두환·노태우의 쿠데타 색채를 지우고 민주와 개혁 이미지를 덧칠했다.

5·18특별법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제정했다.

그런데도 통합당은 김영삼을 팽개치고, 대신 박정희와 박근혜에게로 회귀하고 싶어 안달을 하다 이번에 된통 당한 것이다.

대구·경북(TK)에서 조차 '박근혜 팔이' 후보들은 모두 낙선했다.

그걸 모른다면 바보이거나 몽매한 정치인에 다름 아니다.

한국 국민은 늘 미래지향적이고 변하려고 몸부림치는 세력과 정치인들을 키웠다.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걸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충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했던 정치인들이다.

따라서 미래통합당이 새 출발을 하고, 다음 선거에서 이기고 싶거든 당과 국회의원들 차원에서 과거를, 그 중에서도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잘못을 빌고 당선자 전원이 광주 5·18민주묘지를 참배할 것을 제안한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난 18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발포명령자를 비롯한 5·18 진상 규명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5·18 왜곡 처벌법도 마냥 거부해선 곤란하다.

고름이 된 썩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면 통합당의 내일은 없다.

지금처럼 5·18을 외면하고 청와대와 정부, 여의도 권력까지 장악한 민주당이 큰 잘못을 저지르기(반사 심리)만을 바라는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설령 선거에서 이긴다고 할지라도 그건 일회성에 그치고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이 그걸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는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5·18민주화운동 40주년 추모기간인 5월 27일까지 그렇게(5·18 참회와 단체 참배 등) 할 일이다.

광주 시민들이 그걸 그렇게 원하고 있다. 역으로 미래통합당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로 읽을 필요성이 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설령 광주가 통합당의 '개과천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수도권에 사는 호남인들과 20·30·40대들에겐 어필할 것이다.

현재 통합당 당선자들이나 낙선자들이 가장 두려운 건 수도권 민심과 호남이 선거 때만 되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점이다.

고언을 충언으로 받아들인 자들은 역사에서 승했고, "그렇지 않는 자들은 어리석은 자들이라"고 「로마제국 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은 설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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