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임종하시는데…병원 밖에서 발만 동동"

[인터뷰]코로나 이후 요양병원
창원요양병원 이창현 병원장

가족 보지 못하면서 식사량 줄고 우울증까지
임종 못 지킨채 병원밖에서 울며 발만 동동
창밖에서 남편 얼굴보러 매일 찾아오는 아내
치매환자들 함께 일상보내는 치매마을 도입해야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이윤상 아나운서
■ 대담 : 이창현 병원장 (창원요양병원)

(사진=창원요양병원 홈페이지 캡처)
◇이윤상> 5월이 가정의 달입니다만, 코로나 때문에 만나고 싶은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요양병원에 계신 어르신과 자녀들이 그렇죠. 창원요양병원 이창현 병원장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창현> 안녕하십니까. 창원요양병원장 이창현입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고 치매환자나 암환자를 주로 보고 있습니다.

◇이윤상> 병원이 꽤 크죠?


◆이창현> 네, 540 병상 규모입니다.

◇이윤상> 어떤 환자들이 주로 계십니까?

◆이창현> 아무래도 치매환자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윤상> 코로나 때문에 병원 풍경이 많이 바뀌었겠어요.

창원요양병원 이창현 병원장 (사진=경남CBS)
◆이창현> 굉장히 많이 바뀌었죠. 일단은 전 직원들이 마스크를 다 쓰고 있고. 환자분들도 마스크를 쓰고 계시고. 병원 안에서 많이 있었던 모임이라든지 회의라든지 이런 것들이 없어졌어요. 전부 다 SNS로 해서 의사소통을 한다든지 전화로 한다든지 되도록이면 접촉을 피하는 방식으로 지금 하고 있습니다.

◇이윤상> 어버이날은 어떡하셨어요?

◆이창현> 원래 어버이날이 되면 많은 가족들이 오죠. 오고 또 카네이션도 달아드리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해드리고, 그리고 봉사단체에서도 공연도 해드리고 이렇게 많이 했었는데요. 올해는 아시다시피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이번에는 가족대신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전직원들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좀 더 특별한 음식도 해드리고, 또 영상통화를 하도록 도와드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이윤상> 많이들 아쉬워하시죠?

◆이창현> 굉장히 많이 아쉬움이 남으시죠. 인지가 있으신 분들은 오히려 치료진들이 애쓴다고 응원해주시기도 하고, 이해를 하시는데 저희가 안타까운 부분들은 치매환자분들 같이 인지력이 떨어지시는 분들, 인지력이 떨어지는 분들은 환자분들이 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 하시니까 자녀들을 못 보시니까, 식사량이 떨어지거나 운동량도 줄어듭니다. 우울감이 생긴다든지. 이렇게 해서 점점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환자분들은 저희가 영상통화라든지 전화라든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윤상> 임종을 앞둔 분들도 계실텐데요. 그런 경우도 자녀들이 들어가지 못하니.

◆이창현> 맞습니다. 제일 안타까운거죠. 부모의 임종을 지키지 못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고, 그 부분이 지금 병원도 힘들뿐더러 보호자도 힘들고 정말 힘든 부분입니다. 요양병원하면서 제일 힘든 부분이 지금 임종이 다가오신 분들, 그 분들을 모실 때 보호자들이 병원 밖에서 울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창원요양병원 전경 (사진=창원요양병원 홈페이지 캡처)
◇이윤상> 코로나 때문에 들어가지는 못하시고.

◆이창현> 네. 다른 경우도 그래요. 어떤 노부부 중에 남편이 입원하셨는데, 아내분께서 남편이 재활센터에서 운동하실 때마다 매일 오셔서, 창문 밖에서 매일 보고 가세요. 또 아버님이 좋아하는 음식 매일 가져와서 병원 앞에 놔두고 직원들한테 좀 전달해달라고 이렇게 해서 가세요. 아마 오늘도 오셨을 거예요.

◇이윤상> 안타깝고, 애잔하네요.

◆이창현> 맞습니다. 환자를 통해서 배우죠. 아, 저게 사랑이구나. 사랑. 인생에 중요한 것이 건강과 사랑이야. 이런 것들을 저희가 간접적으로도 많이 배웁니다.

◇이윤상> 그래요. 앞으로 치매환자는 어떻게 돌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이창현> 네. 의료복합체라고 할 수 있죠. 노인분들, 또는 만성의 환자분들이 입원할 수 있는 기관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으면 환자분들이 그 센터 내에서 편안하게 전체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요양원이라든지 실버타운이라든지, 유럽에서 지금 많이 하고 있는데, 좀 더 자유롭게 치매환자들이 일상인들처럼 생활할 수 있는 치매마을. 제가 알기로는 경북 쪽에 하고, 아직 경남에는 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치매마을 건립이 앞으로 점점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면서 더욱더 빨리 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윤상> 알겠습니다. 코로나가 진정국면에 들면 면회에 대한 지침도 새로 나오겠죠?

◆이창현> 네. 정부에서 면회 가능한 지침이 나오는 대로 최선을 다해서 환자의 안전과 치료에 전념하겠습니다.

◇이윤상>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창현>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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