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고3은 운명이다? 가혹합니다"

등교하자마자 중간고사, 모의고사..시험 쏟아져
온라인 수업? EBS 강의 틀어주는 정도인데..
날아간 3학년 1학기, 수시는 어떡하나요
점심 외 하루종일 마스크 착용..잘 지켜질까요?
초유의 사태에도 입시 목매는 사회..고민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전북 00고등학교 3학년 학생)

드디어 내일이면 올해 첫 등교가 시작이 됩니다. 방역 전문가들은 여전히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마는 교육당국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더 이상은 등교를 미룰 수 없다, 이런 판단을 내렸습니다.

다섯 차례 연기 끝에 이루어지는 등교. 사실 설렘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인데요. 일선 현장에서 가장 걱정하고 있는 건 뭔지. 학생들 걱정은 뭐고 교사들 걱정은 뭔지 또 그 해법은 뭐가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보죠.

먼저 전라북도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을 연결합니다. 이 학생은 저희 뉴스쇼에 제보 전화를 해 왔어요. 학교에서 지침이 내려오긴 했지만 학생들끼리는 그 현실성을 놓고 지금 우려하고 있다는데 어떤 얘기인지 직접 들어보죠. 안녕하세요?

◆ 고3 학생> 안녕하세요.

◇ 김현정> 다섯 달 만에 등교하네요?

◆ 고3 학생> 네.

◇ 김현정> 소감이 어떠세요?

◆ 고3 학생> 친구들을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한데 이제 등교하자마자 모의고사를 보고 또 중간고사가 바로 있고. 그동안 상담을 선생님과 못 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있어서 뭔가,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 같아서 두려워요.

◇ 김현정> 그러니까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단 고3은 당장 시험을 치러야 되는구나 이 고민이 있는 거죠. 그리고 시험점수를 가지고 대학을 가야되는구나, 이 생각하니까 답답한 거군요?

◆ 고3 학생> 네. 시험이 대부분의 학교가 한 달 안으로 중간고사를 일정을 잡아놨거든요.

◇ 김현정> 등교하고 한 달 안에 다 치는 걸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집에서 온라인 강의로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고3 학생> 그래서 친구들끼리는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고 특히 온라인 강의를 EBS 강의로만 들은 친구들은 더욱 그런 게, 인강으로만 들었으니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 방법이 없잖아요.

◇ 김현정> 개별 학교에서 개별 선생님들이 온라인 수업하지는 않았어요? 학교마다 다 달랐어요?

◆ 고3 학생> 네. 뉴스에서 많이 다뤘던 것은 쌍방향 수업이나 선생님이 녹화를 해서 동영상을 올리는 건데 실제적으로는 대부분의 학교가 EBS 강의를 듣게 하는 걸로 수업을 대체했거든요.

◇ 김현정> EBS 강의 들려주고 숙제만 따로 내는 식, 이렇게?

◆ 고3 학생> 네. 교육부에서는 온라인 수업이랑 등교수업이 같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학생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그렇게들 말을 하고. 대한민국의 경우는 사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 입시만을 위해서 달려온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정말 그거 하나만을 바라보고 공부를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저희가 계획해 놨던 것들이 다 부서지고 그로 인해서 굉장히 불안감에 떨고 있는데 되게 답답해해요.

◇ 김현정> 한두 명의 이야기가 아니고 전국의 수십 만명의 고3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데. 고3들한테, 그냥 ‘재수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해야지 어떡하겠어 너희들이 희생해야지’ 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 말씀인 거죠?


◆ 고3 학생> 네. 수시에서는 3학년 1학기가 가장 중요한데. 그걸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저희가 두 번의 시험도 보고 몇 번의 모의고사도 보고 또 선생님과 상담을 해서 생활기록부도 작성하고 자기소개서까지 적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친구들은 정말 시간에 쫓기면서 되게 두려워하고 있어요.

◇ 김현정> 현역 고3들은 한 70% 정도가 수시로 대학 가죠?

◆ 고3 학생> 네.

◇ 김현정> 그런 상황에서 3학년 1학기가 제일 중요한데 지금 이제 등교해서 그 남은 시간 동안 수많은 평가를 받고 그걸로 내신에 반영한다는 게 상당히 불안하다. 불합리하다, 이런 말씀?

◆ 고3 학생> 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는데. 사실 그 이야기도 중요합니다마는 다른 학년들까지 다 생각할 때는 방역 문제가 더 심각하거든요?

◆ 고3 학생> 네.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영동일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 배치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등교해서 안전하게 학교를 다니는 부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학교에서 지침은 어떻게 내려왔습니까?

◆ 고3 학생> 우선 밥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하고. 급식실에 자리를 정해 놓겠다. 그러면 시간에 맞춰서 그 순서대로 앉아서 먹어라. 에어컨은 환기 상태에서만 켜라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 정도 지침 내려온 게 다예요?

◆ 고3 학생> 네. 밥 먹을 때나 양치할 때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 그리고 또 기숙사 학교의 경우에는 같이 씻기까지 하는데 확진자가 있다면 퍼지지 않을 수가 있냐고 친구들이 걱정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혹시 기숙사 학교 다니세요?

◆ 고3 학생> 네.

◇ 김현정> 사실 이런 학교들이 더러 있죠. 그런 경우는 씻기까지 같이 하고 같이 사는데.

◆ 고3 학생> 또 거의 하루종일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호흡기가 좋지 않은 친구들도 있고 굉장히 덥고 답답한데 에어컨도 시원하게 틀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그게 잘 지켜질까 걱정이 돼요.

◇ 김현정> 고3들이, 우리가 하루 종일 마스크 잘 끼고 있을까를 걱정한다면 사실 중학생, 초등학생들은 더 걱정이 되는데. 끝으로 지금 교육당국에서도 듣고 있고 방역당국에서도 듣고 있고 또 많은 어른들이 듣고 있거든요. 이 얘기는 꼭 해야 되겠다는 게 있다면요?

◆ 고3 학생> 우선 교육부에서는 고3 학생들에게 정말 불리한 입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최대한 빨리 방안을 발표해 주기를 바라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서 지금 고3 친구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그런 친구들이 등교를 하고 입시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걸 우리 사회가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학생, 오늘 이렇게 제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우리가 학생들, 특히 고3들의 상황에 대해 그동안 몰랐구나, 미안한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오늘 잘 이야기가 전달됐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고3 학생> 감사합니다.

◇ 김현정>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고3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건지를 먼저 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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