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후 5‧18 민주화운동 평가와 관련해 전향적으로 돌아섰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교통사고'라며 당내 의견이 분분한 것을 두고 여전히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유승민 의원 등 당내 주요 인사들은 5·18 기념일을 맞아 광주 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등 호남 민심 잡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오전 공식 추모행사 참석을 앞둔 주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16일 별도 입장문을 통해 당내 일각의 망언 등에 대해 사과했다.
주 원내대표는 입장문에서 "개인의 일탈이 당 전체의 생각인 양 확대돼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일으키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된다"며 "5·18을 기리는 국민 보통의 시선과 마음가짐에 눈높이를 맞추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며 '5·18 민주유공자 예우법' 개정안 처리를 약속했다.
이는 지난해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5‧18 유가족 막말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은 이들을 솜방망이 징계로 마무리하며 여야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유 의원은 공식 기념식 하루 전인 17일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당이 5·18 왜곡에 단호한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게 정말 아쉽다. 21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에라도 진심을 담아 사죄를 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통합당의 전향적인 태도는 이번 총선 참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가 단순히 호남 표심에 국한되지 않고 '역사적 상식'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작용하면서 수도권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5·18 관련 전향적인 자세와 달리 세월호 참사에 대해선 여전히 통합당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당장 지난 8일 원내대표 경선 토론 과정에서 주 원내대표가 과거 '세월호 교통사고' 발언을 고수한 것이 별도 입장문까지 내면서 5‧18 망언 관련 '사죄' 의사를 표명한 점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에서 "개인의 부주의나 실수로 인해 일어나는 일반 교통사고와 세월호 참사를 등치시키는 것 자체가 진실 왜곡이자 희생자 모욕"이라며 국민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당내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일부에선 총선 참패 이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초선 당선인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5·18은 당의 창업자인 YS(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식을 해서 진상을 알렸는데 일부 의원이 이상한 쪽으로 끌고 간 것"이라며 "세월호는 여야 합의를 통해 특별법 등으로 정리를 한 거라 특별히 사과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TK 지역 재선의원도 통화에서 "5·18이야 그렇다고 해도 세월호 참사는 무슨 이유로 사과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선거 패배 후 무조건 반성 모드로 돌아서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세월호 참사 관련 외부 공세에 불만을 드러냈다.
반면 세월호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고수할 경우, 아무리 중도층 확장을 내세워도 공감능력이 부족한 게 드러나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영남권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세월호 문제는 법리상 교통사고 손해배상 형식으로 한다는 말 자체는 맞지만, 그런 대형 재난에 대한 책임은 당시 박근혜 정권에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하다"며 "특정 문구를 근거로 공방을 벌이는 건 소모적인 논쟁"이라고 말했다.
당내 한 청년 인사도 통화에서 "아직도 다수 의원들이 법리적 언어와 정치적 언어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교통사고'란 문구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유족들이나 일반인들에겐 결국 당시 박근혜 정권 차원에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미로 들리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이같은 연장 선상에서 수도권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유족' 막말 또한 느슨한 당내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페이스북에서 세월호 유족을 향해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징하게 해쳐 먹는다'는 막말을 내뱉은 차 전 의원과 이를 인용한 정진석 의원에게 당 윤리위가 각각 '당원권 정지 3개월', '경고' 처분에 그친 게 결국 막말 사태가 재발할 여지를 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