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세세하게 공개한 것은 물론, '동거동락', "식사할 기회를 갖자" 등 문 대통령과의 친분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민주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 대통령이 최 대표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해 7분 동안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총선 때 동고동락한 열린민주당 후보들과 당원들께 격려와 안부인사를 전해달라", "서로 위하면서 협력하는 과정이 참 보기 좋았다", "빠른 시일 내에 편하게 같이 식사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자" 등 특정 정당에 지나친 '애정'이 담긴 메시지가 공개됐다.
"권력기관 개혁 문제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의 실질적 구현과 남아있는 입법 과제의 완수를 함께 이뤄야 한다. 열린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소수 정당 입장에서는 국회 내에서 다른 정당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한다" 등의 내용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시 열린민주당은 친문 정당을 표방했지만 더불어시민당으로 모여야 할 표가 이탈할 가능성을 우려한 민주당과 시민당은 "민주당을 참칭(僭稱)하지 말라"고 공방을 벌였다.
"우리는 민주당이 힘들어질 때 가서 부양의 책임을 지는 그런 효자"(손혜원 의원), "그런 자식 둔 적 없다. 상대는 싫다고, 괴롭다고 하는데 일방적으로 따라다니며 사랑이라고 우기는 스토킹"(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등의 날선 설전도 오갔다.
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권력기관 개혁에 열린민주당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총선 직전 '거리두기'가 결국 '눈가리고 아웅'한 격으로 오해될 수 있어 부담이다.
특히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조국 법무장관 임명으로 국론이 극단적으로 양분됐을 당시 조 전 장관 수호에 나섰던 인사들이 주축이 돼 창당했고, 현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최 대표는 대표적인 '친(親) 조국' 인사로 분류된다.
민주당 3선(21대 국회 기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강욱 대표처럼) 그러면 대통령이 전화를 못한다. 통화 내용은 대통령 뜻으로 간직하고 있어야지 통화 내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 시점에서 (통화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은 의도하는 바가 있다"며 "대통령이 그동안의 관계도 있고 해서 덕담 차원에서 말씀하신 것을 여과없이 공개하면서 오히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또다른 3선 의원 역시 "통상적으로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은 오픈하지 않는다. 당하고 연결짓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중립성 논란이 계속되는데 최 대표가 그런 식으로 대통령과의 대화를 오픈하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지난 8일 21대 국회 미래통합당 첫 사령탑으로 선출된 주호영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지만 14일에야 관련 사실을 공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출된 날 문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19 장기화와 2차 팬데믹 방지를 위해 (국회가) 협조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짤막하게 전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최 대표 통화 직후 통화 내용 공개를 두고 협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최 대표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공개할 지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회를 구성하는 공당 대표인 만큼 신임 대표나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대통령이 축하와 함께 국정운영 협조 등을 요청한다"며 "전화 통화 자체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최 대표가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세세하게 공개해 당황스러웠다"며 "이번 정부 들어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