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집에도 없던 '전국민 고용보험' 꺼내든 靑, 코로나 겪으며 고용 안전성 절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고용안정이 취약한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에 빠트렸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비정규직, 특수 노동자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경제 위기의 충격 여파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의 여파가 몰려올 것이라는 점에서 대량 실직 사태, 장기 경기 침체가 취약계층에 미칠 파장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전국민 고용보험'이다.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은 노동절인 지난 1일 "전국민 건강보험처럼 전국민 고용보험이 갖춰지는 게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라며 "지금 고용보험이 1300만명인데 나머지 1500만명의 사각지대를 잡아내는 것이 우리의 최고 목표"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에서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도입' 등이 일부 포함됐었지만 이처럼 적극적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을 명확한 목표로 내세운 것은 처음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전국민적 홍보와 관련 예산 확보, 정밀한 운영 구상을 세워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전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의제를 띄우고 여당에 적극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지금이 국민들에게 고용보험 가입 필요성을 홍보하며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 싣는 순서 |
[전국민 고용보험제 시대 오나①] 청와대는 왜 공약집에 없던 '전국민 고용보험' 꺼냈나 [전국민 고용보험제 시대 오나②] '전국민 고용보험제' 하면, 뭐가 달라지나 [전국민 고용보험제 시대 오나③] '전국민고용보험제' 입법 논의는 초보단계…산넘어 산 |
코로나19 바이러스 뿐 아니라 글로벌 시대 경제에 미치는 변수는 무한대다. 전국민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경제의 불확실성을 체감하면서 역으로 고용 안정성에 대한 갈구는 높아진 상황.
고용보험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와 노동자의 가입 의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당장의 비용 지출로 영세 사업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이 가입을 꺼리고, 비정규직이나 특수노동자 상당수도 고용보험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큰 교통사고가 나거나 질병을 겪게 되면 '보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듯, 코로나19로 불어닥친 경제 위기가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고용보험의 필요성을 고취시키고 있는 것.
또한, 정부 스스로도 적재적소에 취약층을 지원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긴급생활지원금 등을 두고 혼잡이 빚어지자 고용보험을 통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의제를 띄우고 여당에서도 본격 검토에 들어갔지만 논의 과정은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직군에서부터 중점적으로 확대를 할 것인지, 고용보험 가입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등에 대해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보험료를 부담하게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여기에 맞는 입법도 이뤄져야 한다.
다만, 청와대가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새로 출범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은 21대 국회에서 당정간의 소통과 협업 과정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중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