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최말자(74·여)씨와 변호인단, 부산여성의전화 등 384개 여성·시민단체 회원 등 150여명은 6일 오후 1시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은 재심을 개시해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피해자 인권회복에 책임을 다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기자회견에 직접 나선 최씨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법과 사회의 보호를 못 받는 이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사법부가 변화해 우리 후손들에게는 이런 걱정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며 "저의 억울함이 풀리고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씨는 중상해 혐의로 6개월 동안 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성폭력 피해 방어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아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18년 최씨는 주위 도움으로 부산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를 찾아 상담한 끝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결심했다.
최씨 재심 청구에 함께 나선 여성단체들은 "56년 전 오늘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부당했던 수사과정과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는 일은 한 성폭력 피해자 삶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일 뿐 아니라,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여성들 삶의 정의와 여성폭력을 부당하게 처리해 온 사법기관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해자 서사에는 쉽게 동조하면서 피해자 진술을 의심하고 폭력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사법기관의 모습은 2020년 현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전히 여성폭력 피해자들의 방어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정되는 것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김지은씨가 쓴 지지 입장문을 부산여성의전화 아영아 공동대표가 대독하기도 했다.
김씨는 입장문에서 "상처를 끌어안고 있지 말고 밝혀야 보호받고 행복을 찾는다는 최 선생님 말씀을 들으며 한참을 울었다"면서 "56년 전 최 선생님에게 일어난 부조리는 재심 청구 이후 이 땅에서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일어난 뒤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이겨내며 고통 속에 사셨지만, 지금은 많은 분이 곁에서 함께 하고 있다"며 "재심이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고통받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힘을 보탰다.
이어 "법원도 피해자의 침해 법익이 정조라며 가해자의 혀를 더 중요한 법익으로 판단했는데, 침해된 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 등 인격과 신체의 안전이었다"며 "소리를 지르는 등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인정 요소 중 '상당성'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재심 청구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