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되고 틀리고'…엉터리 근무일지 때문에 수사 차질
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천시와 시공사 등을 압수수색해 공사 설계 도면과 인허가 관련서류 등을 확보했다. 이중에는 공사일지도 포함됐다.
시공자는 하청업체가 제출한 일지를 취합해 공사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감리는 시공자로부터 일지를 전달받아 검토·확인한 뒤 공사감리일지를 작성해 건축주에게 제출할 의무가 있다.
공사일지와 공사감리 일지에는 현장에 투입된 인력 규모, 당시 작업 내용, 작업 위치, 투입 장비 등 공사의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가 일지를 작성하지 않고, 경찰이 확보한 일지가 실제 공사 내용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전기, 도장, 설비, 타설 등 분야별 9개 업체 소속 근로자 78명이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때문에 경찰은 이 수치가 정확한 것인지 확인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경찰이 전날과 이날에 걸쳐 현장 수색을 벌이고 있는 이유도 당시 근무 인원과 작업 장소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앞서 경찰은 전날과 이날 이틀에 걸쳐 현장 수색을 벌인 바 있다.
◇3차 현장감식 통해서 화재 원인 파악에 주력
경찰은 오는 6일 한 차례 소방 등 관계기관들과 3차 현장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30일과 지난 1일 이틀에 걸쳐 소방 등 6개 관계기관과 현장감식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이 추가 현장감식을 결정한 이유는 화재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히 현장의 안전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수사하는 것은 의미가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찰은 화재 직후부터 이날까지 건축주와 시공사 등 공사 관련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입건자는 단 한명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이 나와야 누가 잘못했는지, 어떤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따질 수 있는데 아직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추가 감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은 화재 원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18명의 부검 대상자를 선정하고 부검을 진행 중이다. 이날까지 13명에 대한 부검을 마쳤다.
◇화재 현장에서 미발견 유해 모두 수거
이날 현장수색에 나선 경찰은 신체 부위로 추정되는 유해 1점과 휴대전화 2대, 차량키 1개 등을 발견했다.
이로써 그간 미발견 상태였던 사망자 유해는 모두 수습됐다.
이번 화재 직후 수습된 사망자 시신 중 4구의 시신에서 유해 6점이 미수습 상태였다.
경찰은 지난 1·2차 합동감식 과정에서 유해 3점을, 지난 2일 7시간에 걸쳐 진행한 1차 수색 과정에서 유해 2점을 각각 발견했다.
이어 이날 2차 수색에서 남은 유해 1점을 마저 찾아 유해 수습 작업을 마쳤다. 경찰은 수습한 유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DNA 분석 등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칠 계획이다.
◇정세균 총리 "진상 규명해 책임 묻고 재발 막겠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한 유족은 "층마다 안전 관리자가 있었어도 이런 대형사고는 나지 않았다"며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지 정부와 지자체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물론 부검 영장이 발부됐다고 하지만 일단 부검 집행 전에 유가족들에게 이만저만한 사정을 미리 이야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가족들은 이미 한 번 돌아가신 분을 두 번 다시 돌아가시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 총리는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총리실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가 '더는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표현까지 했는데 앞으로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안전을 져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접 연락을 하겠다며 정 총리에게 연락처를 요구했고, 정 총리는 명함을 꺼내 볼펜으로 휴대전화 전화번호를 적어 유족에게 전달했다.
정 총리는 유족과 약 25분간 면담한 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한 뒤 합동분향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