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놀랍게도 피해자의 머리에서 총알이 발견됐습니다. 수사당국은 인근 군부대 사격장에서 날아온 총탄이 두피에 박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생각할수록 이상합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당시 이 사건을 둘러싼 앞뒤 정황을 추적했습니다.
◇ 사격장 총탄이 1.7㎞를 날아갔을 가능성 매우 높아…물리적으로는 가능
사건의 발단은 4월 23일 오후 4시 40분쯤입니다. 전남 담양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고 있던 조모(26)씨가 머리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습니다.
수술 결과 조씨의 머리에서 나온 것은 우리 군의 K1A나 K2 소총 등에서 쓰는 5.56㎜ 소총탄 탄두였습니다. 다행히 총알이 깊게 박히지는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거동과 의사소통 모두 가능하다고 합니다.
육군에 따르면, 당시 골프장 근처에 있는 한 군부대의 사격장에서는 오후 1시 30분쯤부터 약 50명의 장병이 사격 훈련에 한창이었습니다. 때문에 문제의 탄두는 이곳에서 날아왔을 개연성이 매우 높고, 수사당국도 이 점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진상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격장에서 발사된 소총탄이 골프장까지 날아올 수 있었을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일단 '유효사거리'와 '최대사거리'라는 개념을 알아야 합니다.
일반적인 소총탄은 총구에서 나오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표적을 향해 날아갑니다. 하지만 로켓처럼 추가적인 에너지가 따로 주어지지는 않는 만큼, 일정한 거리를 날게 되면 자연스레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여기에서 나온 개념이 바로 유효사거리와 최대사거리입니다.
유효사거리란 총기에서 발사된 총탄이 일정한 수준의 피해, 그러니까 살상이나 유의미한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사거리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5.56㎜ 소총탄의 유효사거리는 500~600m 정도가 나옵니다.
그런데 최대사거리로 들어가면 조금 얘기가 달라집니다. 최대사거리란 피해를 입힐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총탄이 물리적으로 날아갈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를 의미합니다. 물론 최대사거리까지 왔다고 하면 해당 총탄의 에너지는 크게 줄어든 상태라고 봐야겠죠.
일반적으로 5.56㎜ 소총탄의 최대사거리는 총탄이나 총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우리 군용 소총의 경우 2500m에서 3300m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사격장과 골프장은 약 1.7㎞ 떨어져 있었다고 하니, 총알이 골프장까지 날아가는 것 자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총알이 골프장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격장에서 골프장까지의 거리는 약 1.7㎞ 정도입니다. 해당 사격장에서 총을 쏴 봤다는 한 제보자는 취재진에게 "해당 사격장과 골프장은 매우 가까운 거리인데, 상식적으로 이렇게 근접한 곳에 위치해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격장에서 보면 골프장이 산으로 가려져 있어서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다양한 이유로 각도를 올려 쏘거나 해서 총탄이 산을 넘어간다면 충분히 해당 골프장까지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통 군부대의 위치는 비밀이기 때문에 상용 지도에 나오지 않습니다. 당연히 사격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해당 부대 근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시설로부터의 거리를 지도에서 재어 봤더니, 약 2㎞가 나왔습니다.
이 점에 착안해 계산한 결과, 해당 부대로 추정되는 지역 어느 곳에서 거리를 재더라도 골프장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그래픽 참고)
해당 골프장은 산 쪽에 위치해 있는데, 우리 군에서 사격장을 지을 때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보통 산을 깎아서 짓곤 합니다. 그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은데, 문제는 이미 지어져 있던 사격장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골프장이 들어왔다는 것이죠.
해당 골프장의 홈페이지를 보면, 지난 2008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약 12년 동안 위험천만한 상황이 계속된 겁니다.
◇ 3년 전에도 안전진단, 이번에도 또 진단…근본적인 사격장 안전대책은 '글쎄'
사실 우리 군의 사격장 관련 사고는 3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2017년 9월 26일 강원도 철원의 6보병사단에서 진지 공사를 마치고 복귀하던 병사 1명이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의 원인은 어처구니없게도 사격장 표적 뒤편 산 중턱에 통행로가 있었고, 장병들이 진지공사를 마치고 이 길을 통해 부대로 돌아오다 유탄(빗나간 탄)에 맞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육군은 모든 사격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다시 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번 사건 직후에도 육군은 모든 부대의 사격을 금지하고, 사격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모두 다시 하라고 조치했습니다.
하지만 3년 전 사고 당시에도 이런 안전진단을 했기 때문에 관련 데이터는 분명히 군 내부에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사고가 재발했다는 점에서 군의 대책을 신뢰하기란 어렵습니다.
물론 실탄사격은 총이라는 살상 무기를 사용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위험한 훈련입니다. 하지만 위험을 100% 없앨 수는 없다고 해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게 마련입니다.
민간이나 경찰 등지에서 사격을 자주 하는 미국의 예를 보면, 야외 사격장에는 이른바 '반유개' 구조를 적용하곤 합니다. '유개'란 지붕이나 뚜껑이 있다는 뜻이니 '반유개'라고 하면 지붕이나 뚜껑이 반쯤 덮여 있다는 뜻이 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사고 위험이 있다고 실내 사격장에서만 사격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 실내 사격장에서는 총알에 들어가는 각종 중금속이 벽에 맞으면서 가루가 돼, 인체의 호흡기에 들어가 문제가 되곤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철원에서 벌어진 사고 이후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구조의 사격장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군사보안이라는 이유 등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의 군부대에 사격장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얼마나 도입됐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모든 사고를 완벽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고가 더 발생해야 국방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할까요. 더욱이 국민들의 안전이 걸린 사항인 만큼, 우리 모두가 눈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