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은 23일 "영원히 국경을 봉쇄하지 않는 한 코로나19는 언제든 세계적으로 유행이 가능하다"며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일으키기에 가장 알맞은 특성을 골고루 갖춘 바이러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본부장도 지난 20일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조금 더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아지고 밀폐된 환경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보건당국은 최근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대하기 어렵고 방심을 부르는 고약한 바이러스'(16일·21일 권준욱 부본부장)라거나 '통제하는 데 성공한 나라가 없다'(19일 정은경 본부장), '감기처럼 유행은 피할 수 없다'(23일 권 부본부장)는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SARS)나 메르스(MERS)와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통상 호흡기 바이러스는 인체에 감염된 뒤, 발열이나 기침·가래 등 증상이 나타난 뒤에 전염력을 갖는다. 침방울(비말)을 통해 전파가 이뤄지기 때문인데 경증보다는 중증일 때 바이러스 배출량이 늘어난다.
그런데 코로나19는 경증 상태에서도 전파력이 높고, 심지어 증상이 나타나기 1~2일 전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염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확진자의 약 80%가 경증에 머무는 데 젊은층은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앓다가 완치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코로나19는 밀폐·밀집된 공간에서의 급속도로 전파가 이뤄지는 특성을 지녔다. 이같은 특징이 결합되면 자신이 감염된 지도 몰랐던 환자가 순식간에 집단감염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우리 모두가 내 자신이, 혹은 가까운 이웃이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이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촉구한 바 있다.
둘째로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감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한 '집단 면역'은 인구의 60~70%가 항체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데,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신종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항체를 가진 사람이 드물다.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코로나19 회복기 환자 25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 모두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23일 0시 기준 국내 확진자 1만 702명 전원의 몸 속에 항체가 형성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전국민 대비 항체 형성자의 비중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전 세계 여러 국가의 '록다운(Lockdown·봉쇄)'이 그나마 확산을 지연시키고 있지만, 무한정 지속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차츰 사람들의 이동 제한이 풀리면 해외 유입이나 지역사회 전파 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코로나19의 임상적·의학적 판단을 근거로 권준욱 부본부장은 "지금이야말로 절체절명의 시기로 다음 유행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단언했다.
우선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상생활이 시작되더라도 최대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개인별·집단별 방역 수칙을 제작하는 것인데, 24일에는 사무실·음식점·대중교통 등 20여 곳의 시설이 지켜야할 세부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2차 유행에 대비해 현행 의료체계를 점검하는 한편,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및 음압병상 등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 지원단'을 꾸려 치료제·백신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고, 현장 기업의 애로사항을 발굴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개인들의 건강관리도 당부했다. 특히, 흡연과 비만이 코로나19 고위험 요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연하고 적정하게 체중을 관리하라는 내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소아의 경우 필수예방접종을 받아야 하고, 기저질환자도 각종 건강검진의 시기를 놓치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