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에서 미래한국당발 교섭단체 구성 조짐이 보이자 범여권에서는 더불어시민당의 파트너를 누구로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운'은 뗐지만 총선 뒷수습에 방아쇠 못 당긴 한국
먼저 불을 지핀 건 미래한국당 원유철 당대표다. 지난 17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19석으로 교섭단체 요건인 20석에 1석 모자라는 한국당을 미래통합당과 합당하는 대신 교섭단체로 만들면 통합당의 의석이 103석 대신 84석으로 미만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향후 원내 운영에 대해서는 상당한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다.
당장 21대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추천만 해도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인 2명을 통합당과 한국당 몫으로 각각 1명씩 가져올 수 있게 된다.
또 교섭단체 대표 회동과 연설,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 간사 배치 등 교섭단체에게만 주어진 자격 또한 정국 운영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
아울러 정당보조금의 경우 교섭단체에게 우선 50%를 배분한 후에 나머지 50%를 전체 정당에게 나눠주도록 하고 있어 교섭단체가 될 경우 받게 되는 보조금 액수가 크게 늘어나게 되는 점도 실익이다.
교섭단체 가능성을 먼저 언급했던 원 대표조차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선(先수)습 후(後소)통"이라며 "형제정당(통합당)의 체제가 정비되는 것을 보고 우리의 할일을 하겠다"며 논의 시점에 대해 말을 아꼈다.
이러한 논의가 벌써부터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한 비판 의견도 나온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은 한 술 더 떠, 합당에 정무적 판단 운운하고 있다"며 "그 당이 자력갱생한 정당이냐"고 비난했다.
◇한국당 발사되면 시민당도 쏜다…누가 파트너냐가 관건
한국당 창당을 "창고정당", "깡패" 등으로 맹비난했다가 이후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하면서 '똑같은 꼼수'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에선 '위성정당' 논란에 이어 '위성교섭단체'까지 가기는 서로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먼저 나서서 더불어시민당을 교섭단체로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이미 '민주당+더불어시민당'이 180석으로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차지한 상황에서 조금 더 이점을 얻겠다고 제2교섭단체를 만들 경우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후폭풍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통합당의 제2교섭단체가 된다면 그 때는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교섭단체를 만든다면 17석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할 '3석+α'를 어떤 식으로 확보해야 할지가 관건인데, 민주당에서의 '의원 꿔주기'식 보다는 성향이 유사한 열린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진보 야당들과 손을 잡는 방법이 좀 더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시민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전에도 서로 다른 당이 연합해서 교섭단체를 꾸린 사례가 있다"며 "같이 교섭단체를 꾸려서 나쁠 것이 없는 만큼 정의당도, 열린민주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은 이같은 교섭단체 구성 움직임에 대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그간 민주당과 '한 식구'임을 강조해왔던 열린민주당은 민주당 쪽에서 어떤 종류든 협치와 관련한 제안을 해 온다면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열린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민주당이든 더불어시민당이든 협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닫혀 있는 바가 전혀 없다"며 "열린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하반기 개혁 완수를 위해 할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 일각에서 탈당파 등이 포함된 열린민주당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여론이 계속해서 일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반면 총선 과정에서 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을 "꼼수 정당"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던 정의당은 자신들이 비난했던 정당과 함께 교섭단체를 꾸리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실리로만 놓고 보자면 원내 활동에 있어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그 동안 비판을 해왔던 입장이 있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제안이 올 경우 당내 갑론을박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