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냐 방역이냐…투표소 비닐장갑 '딜레마'

선관위와 중대본 착용 권고한 비닐장갑 거부 움직임
"일회용으로 환경오염" vs "감염 퍼지면 더 오염"
착용 강요할 수는 없지만…개인장갑 지참해도 비닐장갑 제공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15일 오전 서울 사당 제1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투표소 비닐장갑을 두고 유권자들의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과거 선거들과 달리 4·15 총선 유권자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시하는 방역 지침에 따라야 한다.

1m 안전거리 유지,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외에도 현장에서 배부하는 비닐장갑을 착용해야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손씻기가 가장 중요한 코로나19 예방법인 것처럼 눈과 코의 점막과 접촉이 잦은 '손'은 대표적인 감염 경로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 코로나19 '방역' 선거인 탓인지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이 비닐장갑이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투표율이 60%를 돌파한 가운데 투표 참여 유권자 수만 어림잡아도 2500만 개가 넘는 일회용 비닐장갑이 극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를 우려하는 유권자들은 SNS상에 일회용 비닐장갑 대신 '개인장갑'을 사용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한 유권자(아이디: ha****)는 "개인장갑 챙겨가자. 비닐장갑 대체 가능하다고 한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비닐장갑이 너무 아깝다"라고 개인장갑 사용을 권장했다.

또 다른 유권자(아이디: zz****) 역시 "최근 코로나 때문에 비닐장갑을 준다고 하는데 개인용 장갑을 준비해서 가면 비닐 쓰레기를 1장이라도 줄일 수 있다. 개인장갑을 제발 챙겨가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이러한 착용 지침을 어긴다면 방역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거세게 쏟아졌다.

서천석 의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장갑을 준비하자는 취지는 환경보호를 위해서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감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감염이 퍼지면 더 많은 마스크, 방역복 등 지구에 해로운 것이 많이 필요해진다. 개인장갑은 오히려 위험하다"라고 조언했다.

한 유권자(아이디: CC****)는 "감염 예방과 위생 차원에서 일회용품 비닐장갑을 쓰는 건데 그걸 가지고 환경에 부담을 준다는 논리를 가져오면 어쩌냐"면서 "개인장갑 사용으로 감염자 발생하고 전파되는 상황에서 벌어질 유무형의 비용 속에 환경에 대한 부담은 포함이 안되겠냐"라고 꼬집었다.

(사진=SNS 캡처)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선관위 관계자에 따르면 비닐장갑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가급적' 착용을 권장하고 있다. SNS 투표 후기에 실제로 개인장갑을 끼고 간 유권자들은 비닐장갑을 한 겹 더 착용할 것을 권유받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집에서 장갑을 끼고 오는 과정에 오염이 되고 또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료진들의 이야기가 있다. 가급적 위생장갑을 쓰는 이유는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건강도 같이 고려하자는 그런 차원"이라고 당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 역시 12일 브리핑에서 '환경오염 우려'에 대한 질문에 "환경오염 우려는 있겠지만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비닐장갑 사용) 정도는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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