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재의 성과에 취해 거리두기에 소홀해지면 반드시 환자가 급증하는 '부메랑'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주말이 신규 환자 감소 추세를 이어갈 지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0시 기준, 즉 지난 9일 하루 동안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7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단신천지의 슈퍼전파를 시작으로 대구·경북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단 환자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국내 1일 신규 환자 증가폭은 지난달 11일(242명 증가)부터 200명 아래로 완연히 줄었다.
나흘 뒤인 15일에는 76명만 증가해 신천지 슈퍼 전파 사태 이후 23일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수로 내려왔다.
이후 약 20일 동안 100여명 안팎을 유지했던 증가폭은 지난 2일 89명 증가를 시작으로 9일 연속 두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부터는 사흘 연속 50명 안팎을 기록하다 9일 0시 기준으로는 39명 늘어나 40명 아래로 떨어졌고, 이번에는 20명 대로 돌아섰다.
이보다 하루 환자 증가폭이 적었던 때는 당시 방역당국의 발표 기준인 오전 9시를 기준으로 36명 증가했던 지난 2월 20일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4일 방역당국은 생활방역으로 전환할 기준의 첫 머리에 '매일 신규 확진자 50명 이하'를 제시했는데, 바로 이틀 뒤인 지난 6일 47명 증가하면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방역당국은 처음에는 주말 동안 검사 물량이 적었기 때문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낮은 증가폭을 보이자 지난달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환자들이 감염된 때로부터 1주일 내외의 잠복기를 보낸 다음 증상이 나타나 방역망에 포착될 때까지 시차를 감안하면, 최근 닷새 동안 발견된 환자들은 바로 거리두기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 첫 일주일 동안에 감염됐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절대적인 환자 증가폭이 줄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일이지만, 정부 분석이 맞다면 현 시점에서 환자 감소를 반겨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전면적인 국경 폐쇄 및 대규모 시민 격리를 선택한 해외 국가와 달리 정부와 시민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택한 방역당국의 결정이 옳았다는 증거가 신규 환자 감소로 나타난 것이다.
우연히 환자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방역당국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라면, 현재의 신규 환자 감소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고, 방역당국도 자신 있게 현재 정책을 추진할 근거를 얻게 된 셈이다.
오히려 위기가 닥쳐올 것으로 우려되는 시기는 바로 지금, 특히 이번 주말이다.
해외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두려운 마음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했던 시민들이 최근 환자 동향에 방심해 거리두기에 소홀해지면 고스란히 다시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장 지난 6일 방역당국 조사에 따르면 이단신천지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지난 2월 말은 1월 대비 시민들의 이동량이 40% 수준으로 줄었지만, 정부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촉구했던 지난달 23일부터 29일 기간에는 국민들의 이동량이 오히려 다시 16%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거리두기의 성과가 뒤늦게 나타난 것처럼, 실패도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3월 1주차의 거리두기 성과가 2주 가량 지난 이번 주에 나타났듯이, 이번 주말 거리두기에 소홀해져 감염이 확산되더라도 실제 환자 증감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역시 2주 뒤인 이달 말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그동안 정부와 시민들이 방심한 채 거리두기를 소홀히 한다면, 이달 말 환자가 급증하면서 뒤늦게 다시 방역조치를 강화하더라도 2주 가량의 시차 동안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 곳곳으로 퍼진 뒤가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최근 2주 동안 해외 환자 유입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30.4%, 340명)이 컸던 병원 및 요양병원 등 집단감염의 위험이다.
극단적인 예로 만약 오늘 1일 환자 증가폭이 단 1명에 그치더라도, 이 1명이 병원 중환자실과 같은 고위험 밀집시설에서 발견됐다면 바로 다음날 수백명의 환자가 한번에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1일 신규 확진자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이 거리두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강립 1총괄조정관도 "신규 확진환자 숫자는 며칠 전 감염돼 증상이 나타난 후 어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일 뿐'이라며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섣부른 예단을 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주말 방역당국이 꼽은 위험 요소는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과 꽃구경 명소, 선거 유세 장소, 부활절 종교행사 등이다.
20명대로 회복된 지난 10일 지역별 환자 발생 동향을 보면 대구 신규 환자는 52일 만에 0명으로 줄었지만, 경기에서는 9명, 서울에서는 5명이 늘어 인천 1명을 포함해 수도권에서만 15명이 늘었다.
또 최근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집단감염이 반복되면서 젊고 건강한 10~30대를 통한 전파가 주목받고 있다. 비록 이들이 감염돼 경증 환자에 머물더라도, 이들의 가족이나 지인 중 고령자 등 고위험집단은 중증 상태, 혹은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총괄조정관도 "흩어져 숨어 있는 감염요인이 결집하면 대규모의 집단감염의 불씨가 된다"며 "남아 있는 잔불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서 끈기를 갖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