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재외국민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국내 격리자들까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 선관위, 오후 6시 이후 격리자들 투표 추진
선관위 관계자는 9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투표 당일 오후 6시까지 투표장에 도착한 자가 격리자들에 한해 번호표를 배분해 순차적으로 투표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상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투표 시간이다. 해당 시간 안에만 투표장에 도착하면 오후 6시가 지나서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선관위는 시간 안에 도착한 격리자들에게 대기표를 나눠준 뒤, 일반인들이 투표를 모두 마치면 순차적으로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법 테두리 안에서 사실상 추가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자체 관리 인력을 보강하는 등 실무적으로 준비할 부분이 많아 늦어도 이날까지 정부로부터 답이 오길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전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시행하려면 정부당국에서 한시적으로 격리자들의 이동 제한을 풀어야하는 것은 물론, 투표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염 요소도 최소화해야한다. 또 격리자들이 투표소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동선까지 직접 관리해야하는 등 신경 써야할 부분이 많다.
선관위는 전국에 투표소가 1만4천여개 정도 돼 격리자가 분산돼 있어 동선 등을 관리하는 데 물리적으로 크게 어려움은 없을 거라는 입장이다.
◇ 코로나19로 '재외투표율 23.8%25'…역대 최저
선관위가 이처럼 자가 격리자들의 참정권 보장에 열을 올리자 일각에선 코로나19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재외국민 투표를 만회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투표'와 '개표' 과정엔 선관위 자체로 유권해석을 내릴 수 없다고 해명한다. 재외국민 투표를 선관위 재량으로 진행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없다는 것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직선거법은 투표 일정, 절차, 운영방법 등에 대해선 선관위에 어느 정도 위임하고 있지만, 투표와 개표와 관련한 부분은 법에서 정해놓고 있어 선관위에 위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부재자 투표 방식(거소투표)도 국내 투표에서만 가능하지 재외국민 투표엔 법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선관위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함에 따라 55개국 91개 공관의 재외선거 사무를 중단했다. 36개 공관에서는 재외투표 기간을 단축해서 운영했다.
그 결과 지난 1~6일 진행한 재외선거 투표에서 투표권을 가진 재외국민 17만1959명 중 4만858명이 참여해 23.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2012년 재외선거를 실시한 이래 역대 최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