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화장품 도소매업 회사에 사무직으로 일하는 36살 B씨는 결혼 후 지난해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화장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B씨는 지난달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가게 됐다. 아내도 임신을 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들어갈 돈이 많아질 거라는 생각에 보험을 해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무급휴직에 처하거나 수입이 줄어들면서 최후의 보루인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험을 중도에 해약 할 경우 가입자가 불이익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운영하는 계약 유지제도를 이용하는 등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 상품을 중도에 해약하면 보험사 운영비와 해약공제액을 제외한 금액만 돌려받기 때문에 내가 납부한 돈보다 적게 돌려받는다. 하지만 당장 현재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이 부족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보장 성격이 강한 보험은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19 환자 급증세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본격화 한 2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3대 생명보험사와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등 5대손해보험사의 고객에게 지급한 장기 해약환급금이 2조 3천309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9560억원보다 19% 늘었다. 업종별로는 생명보험업계가 지난해 대비 17%, 손해보험업계 22% 늘어난 것이다.
해약환급금은 보험 가입자가 중도에 보험을 해약할 때 보험사로부터 운영비와 해약공제액 등을 제외하고 돌려받는 금액을 말한다. 가입자가 손해를 보면서 보험을 해지한다는 말은 그만큼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무조건 해약 보다는…"잠시 쉬었다가 납부 혹은 보장 낮추는 방법도"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납입을 유예하거나 감액을 하는 등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한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보험 해약으로 인해 앞으로 닥칠 위험에 노출되기 보다는 보험료 납입중지 및 면제 기준 등을 확인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는게 좋다"고 말했다.
납입유예란 말 그대로 일정기간동안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면서 보험계약을 유지하는 제도로 당장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이 제도를 활용해볼 수 있다. 특히 현재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는 경우 보험료 유예가 가능한데 각 보험사마다 적용기준이 달라 가입 보험사를 통해 확인해 보는게 좋다.
또 보험료를 낮추는 방법도 있다. 보험료 감액 제도는 보장금액을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춰 보험계약을 유지할 수 있다. 감액된 부분은 해지한 것으로 처리돼 해지환급금이 지급된다.
감액완납제도는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경우 앞으로 낼 보험료 납입은 중단하고, 해당 시점의 해지환급금으로 새로운 보험가입을 해 계약을 유지하는 제도다. 보험계약의 보험기간과 보험금 등의 지급조건은 변경되지 않지만 보장금은 줄어들게 된다.
이밖에 매월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험계약 대출금으로 처리하고, 이를 자동 납입해 계약을 유지하는 자동대출납입 제도도 있다. 불가피하게 보험계약을 중도 해지했으나 다시 보험 가입을 원한다면 보험사에 해당 상품의 계약부활제도가 적용 가능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수입 및 소득 감소로 보험료 납입 및 대출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보험가입자에 대해 일정기간 납입상환을 유예하고, 긴급 자금 및 생활안전자금을 위한 보험 계약 대출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