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1년 전부터 가출 청소년 보호시설인 강원도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은경(17.가명) 양.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보호시설의 삶도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유 마스크 부족과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청소년 쉼터 등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난 2월부터 외출, 외박 통제를 권고하면서 시설 울타리 안에서 일상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의료비 예산으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시설 입장에서는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지만 공공 물량 확보 한계와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개학을 대비해 기존 보유 물량을 아끼는데 급급한 상황이다.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학교나 외부 생활을 하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또 한번 정든 공간을 떠나 다른 시설로 흩어져야 하는 처지거든요. 중국이나 다른 자치단체에 마스크를 많이 보내준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저희들한테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은경 양의 목소리가 간절했다.
가정 불화 속에 집을 나온 지 2년째, 이제 성인이 된 이소영(20.가명) 씨 역시 보호시설 생활과 함께 사회 활동을 시작해야하는데 길어지는 외출, 외박 통제로 구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이 사용할 마스크도 부족한데, 다른 사람들이 써야할 마스크까지 소진하면서 일을 구하기에는 눈치가 보여요. 외출, 외박 통제도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구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개학도 청소년 쉼터 아이들에게는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온라인 수업에 맞춰 시설 와이파이를 개선하는데 시간적으로나 예산상으로도 한계가 불가피하다.
시설 역시 청소년 보호에 중점을 두고 지어졌기 때문에 개인별 학습 공간을 당장 마련하는 것도 힘든 실정이다.
전성원 강원도 청소년쉼터 관장은 "시설 운영 지원은 지자체에서 청소년육성기금 등을 통해 받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는 긴급 예산을 추가 확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우선순위가 있겠지만 가정 밖 아이들이 방역 상황에서도 차별받지 않도록 관련기관이나 우리 사회가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