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판로 막힌 양식장에 우럭 한 가득…어민들 "이런 일 처음" 울상

수산물 가격 22~50% 급락에 소비도 급감

25일 경남 통영시 산양읍 가두리양식장에서 펄떡이는 우럭. (사진=독자 제공)

"가두리 양식장이 비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 보세요. 작년 3월에 우럭 15만 마리를 팔았는데 올해 16만 마리를 어떻게 팔아야 할지 엄두가 안 납니다."


경남 통영시 산양읍 이상인(51)씨는 가두리 양식장만 보면 한숨부터 난다. 예년 같았으면 출하를 마쳤어야 할 우럭들이 가두리 안에 한가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싱싱한 수산물을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데다가 소비가 급감하면서 사려는 사람도 없다.

이 씨는 "사람들이 벚꽃 놀이든 회식이든 해야 하는데 움직이질 못하니 팔리지 않는다"며 "사료값은 계속 들고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통영 양식 우럭. (사진=독자 제공)

우럭 값도 내려가 울상이다. 지난해 500g 기준 8천 원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는 6천 원으로 하락했다. 또 다른 어업인은 "거래도 거의 끊겼고, 수협 입판장에 보내도 가격이 폭락해서 출하 비용도 나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지었다.

본격 수확철을 맞은 멍게를 양식하는 어민들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0kg 한 상자에 12~13만 원 거래되던 멍게 가격도 현재 9만 원에 뚝 떨어졌다.

멍게수협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소비가 줄어서 출하가 안 되고 있다"며 "생산은 계속되지만 유통 업자가 중간에 사지 않아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통영·거제에는 멍게 어업 종사자만 250명이 넘는다.

(사진=자료사진)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판로도 완전히 막혔다. 40대 유통업자 A씨는 "멍게는 2월부터 6월이 제철인데 관광객이 없으니 시장에서 멍게 주문을 넣지 않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품질이 좋아 60% 이상 일본에 수출하는 통영산 바다장어도 팔리지 않고 있다. 어업 관계자 B씨는 "장어구이 가게에서 팔려야 하는데 외식을 하지 않으니 문제다. 많은 어업 가족들의 생계가 위험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어잡이 어선 50여 척도 협의를 거쳐 절반만 출항할 뿐이다. B씨는 "수입이 줄어들다 보니 승원들 생계가 걱정이다"며 "빚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런 사태는 어업하고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1kg 기준 1만 원에 거래되던 바다장어 가격은 현재 6~7천 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장어구이. (사진=통영시 페이스북 캡처)

이처럼 수산물 유통시장에 적신호가 켜지자 경남도는 소비촉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소비가 부진한 우럭과 바다장어, 멍게 등 3개 품종에 대해 오는 25일부터 수협 유통업체 등과 함께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또, 코로나19 피해 어업인 지원을 위해 연안어선 어업용 유류비 지원,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지원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도 김춘근 해양수산국장은 "소비 부진으로 실의에 빠진 어업인들을 돕기 위한 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민관 협업을 통한 수산물 소비 촉진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도민들이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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