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최근 출시되는 차량의 안전운행을 돕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 등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탑재가 늘고 있지만 주행 중 이를 사용할 경우 음주나 마약 섭취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영국 비영리 안전운전 단체 아이엠로드스마트(IAM RoadSmart)가 영국 도로교통연구소(TRL)에 의뢰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대표적인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는 운전자가 스크린 터치나 음성 제어 만으로도 내비게이션, 뉴스청취, 전화통화는 물론 애플뮤직, 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악감상을 지원한다.
TRL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사용시 운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3차례의 모의실험주행을 진행했다. 첫 번째 실험은 운전자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정상 운전을 했고, 두 번째 실험은 음성 제어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며 운전했다. 세 번째는 스크린 터치 조작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했다.
실험 결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음성 제어로 조작해도 드라이버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비상상황시 반응시간을 크게 저하시켰다. 이 반응 저하는 음주나 대마초를 흡입하고 운전했을 때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의 면허취소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8%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할 경우 정상 운전할 때보다 비상시 반응시간이 12% 더 떨어지고, 대마초 흡입시나 핸즈프리 통화시 각각 21%, 27%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 터치 조작은 더 심각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53%, 애플 카플레이는 57%까지 떨어져 비상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모의실험 운전자는 스크린 터치 조작을 하면서 속도를 줄이거나 집중력을 발휘하는 노력을 했지만 앞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못했고 차선도 최대 50㎝ 까지 벗어났다.
시속 100㎞ 안팎인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비상 제동 거리는 자동차 4~5대를 세운 거리만큼 늘어났다. 모의실험 운전자들은 5초 이내면 조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터치 스크린 조작을 위해 운전자가 전방 시야에서 눈을 떼는 시간은 12~16초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엠로드스마트의 연구책임자인 닐 그레이그는 "운전시 산만한 행동으로 인한 자동차 사고가 유럽내 전체 사고 원인의 약 30%를 차지한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최근 사용이 증가하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운전자의 집중력을 헤쳐 교통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