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판매 5부제가 시행되고 첫 주말을 맞은 14일. 서울 양천구 한 약국에는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인파로 북적였다. 개점 시간은 오전 9시30분이었지만 이전부터 약국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해당 약국에 들어온 공적마스크는 모두 250매. 하지만 오전 9시40분쯤만 됐을 때에도 기다리는 사람수는 이미 200명을 훌쩍 넘었다. 1명당 2매씩만 산다고 쳐도 턱없이 모자란 물량이다.
시간이 갈수록 손님은 더 늘었다. 한줄당 50~60명씩 선 줄이 약국 입구부터 4번을 꼬아 건물 밖까지 이어졌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푸념부터 "마스크를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 섞인 목소리로 웅성거렸다.
10분 늦게 나와 대기줄 끄트머리에 서게 된 한 직장인은 "주중에는 도저히 마스크 살 짬이 안 나서 주말에 약국을 찾았다"며 "빨리 나온 줄 알았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당장 다음주부터 쓸 마스크가 없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오전 9시50분쯤 마스크를 사서 나오던 한 남성이 "이제 100장밖에 안 남았다"고 얘기하자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휴대전화 앱으로 마스크 재고량을 초조하게 확인하는가 하면 기다리는 손님수를 세어보고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사람도 나왔다.
한 50대 주부는 발걸음을 돌리면서 "평일에 2번을 나와 줄 섰는데도 모두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며 "휴일에는 구할 수 있을까 내심 기대를 하고 나왔는데 또 구매를 못하니 걱정도 되고, 속도 많이 상한다"고 털어놨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쏟아졌다. 다른 약국에라도 가자며 서둘러 이동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일부는 혹시 모른다는 심산으로 계속 남아 기다렸다. 하지만 조금 뒤인 오전 10시10분 마스크는 동이 났다. 개점 40분 만이었다.
본인 바로 앞 손님에서 마스크 판매가 끝난 30대 여성은 원망 아닌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가득했다. 그는 "약국이 문 여는 오전 9시30분에 왔는데도 구매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불과 5분 차이로 마스크 구매의 희비가 엇갈렸다.
판매가 종료되면서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50여명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갔다. 할 수 없이 면 마스크를 사는 이들도 보였다. 한바탕 전쟁이 끝나고 난 약국 앞은 금세 한산해졌다. 약국도 허탕만 치고 돌아가는 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요일별 5부제 판매가 시작된 이후 주중에 공적마사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은 주말에 출생연도와 관계없이 한차례 구매 기회를 갖는다. 구매 가능 수량은 주중과 마찬가지로 1인 2매로 제한된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약국, 그밖에 지역에서는 약국과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주중에 마스크를 팔던 전국 우체국은 주말에 모두 휴무다. 약국의 경우 전국 2만3000여개 점포 가운데 주말에는 5000~6000곳만 문을 연다.
대한약사회는 시민들의 불편을 덜고 공적마스크의 원활한 공급 차원에서 회원 약사들에게 주말에도 문을 여는 당번제에 동참해주도록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