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역학조사 '불가'라지만…감염 우려하긴 아직 일러

수십만 인파 모였다 흩어지는 대중교통, 역학조사는 사실상 불가능
대중교통 거친 코로나19 전파 우려된다지만…전문가들 "가능성 높지 않다"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전파 위험 달라…과도한 걱정 대신 외출 자제·손 씻기부터"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99명으로 늘어난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서울 구로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가 약 100명에 육박하면서 수도권의 전방위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대중교통 이용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을 통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 외출 자제와 손 씻기 등 위생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100명 넘어선 구로 콜센터, 대중교통 역학조사는 '미션 임파서블'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구로 콜센터 관련 코로나19 환자는 지난 11일 오후 7시 기준 99명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콜센터 직원의 가족 등 접촉자 중에서 감염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환자가 집중 발생한 콜센터 11층 직원 외에도 관련 환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콜센터 관련 환자들의 동선을 토대로 접촉자에 대한 추적 조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확진자들이 출퇴근에 이용했을 대중교통 만은 역학조사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많은 대중교통을 어디가 어떻게 노출이 됐는지 다 역학조사 해서 밝히기는 한계가 있다"며 "또 정확한 노출력이나 위험도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콜센터에 가까운 지하철 1호선 구로역의 지난 달 이용객만 45만여명, 여기에 버스 이용객까지 감안하면 당국이 조사대상을 출퇴근 시간으로 좁히더라도 수십여만 건을 조사해야 한다.

게다가 이용객들의 이동 동선도 저마다 다르고, 버스 등의 경우 차량 안의 CCTV 등을 통해 접촉 수준을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이러한 방역당국의 설명을 뒤집어 읽으면 그만큼 많은 시민들이 구로 콜센터 직원들과 연거푸 접촉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현재까지 드러난 환자 중 상당수가 서울 뿐 아니라 인천, 경기 등 여러 지역에 거주했던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곳곳에 퍼져있는 대중교통을 타고 코로나19가 대거 확산됐을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대중교통 통한 전염 가능성, 과도한 우려 말라…기본 위생수칙부터 철저히 지켜야"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93명으로 늘어난 지난 11일 서울 구로구 코리아빌딩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감염내과 교수는 우선 "여러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여있다는 것 자체로 사람 간 전파 가능한 질환이 옮겨질 위험이 있다"며 "대중교통도 당연히 (코로나19가) 옮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바이러스를 얼마나 배출할 수 있는 상황인지, 증상이 어떠했는지, 마스크는 착용했는지, 같이 탑승한 사람은 얼마나 가까이 오래 있었는지 등에 따라 얼마나 전파가 이뤄지느냐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한국의학연구소 신상엽 학술위원장은 "대중교통으로 인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며 "더구나 요즘 대부분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또 "만약 감염자가 있더라도 너무 찾기 어렵다. 지금은 수천, 수만 명 단위로 발생하는 접촉자들을 추적하는 일에 방역 역량을 허비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확진 가능성이 높은 사람부터 빨리 환자를 찾아내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구에서도 대유행이 벌어졌지만, 대중교통이 원인이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사스,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감염경로를 특정할 수 있는 사례를 보면 대중교통을 통한 감염은 극히 드물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대구시 발표를 보면 신천지 신도 중 양성 판정률은 4~50%대를 보이고 있지만, 신천지 신도 외 시민의 판정률은 9~1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신천지 환자 중 상당수가 증상 발현 초기에 발견돼 자가격리 됐고, 대구의 대중교통 밀집도가 서울보다 비교적 낮은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중교통을 통한 무차별 대규모 전파가 일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차이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도, 전문가들도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외출을 자제하고 손을 깨끗하게 씻는 등 기본 위생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김태형 감염내과 교수는 "대중 교통이 위험하다고 볼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알 수도 없는 위험성으로 불안해 하지 말고, 증상이 있는 사람은 외출을 자제하되 불가피한 경우 마스크를 쓰는 등 위생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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