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 납품하는 딸기는 3월부터 4월 초까지가 피크예요. 만약에 개학이 일주일만 더 연기돼도 올해 농사는 끝입니다."
김씨는 인건비라도 건지겠다는 심정으로 급식 납품 단가 기준으로 1만3천원 받던 딸기를 반값도 안 되는 5~6천원에 내다 팔고 있다.
◇ 납품 길 막힌 급식 농가…경기도 피해만 18억원
개학 연기가 장기화 되면서 급식 식자재를 납품하는 농가들이 판로를 찾지 못해 피해가 쌓여가고 있다.
전국에서 납품 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 농가들의 경우 예정된 23일 개학을 가정했을 때 18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1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이번 개학 연기로 경기도내 203개 농가가 3월 첫째주부터 셋째주까지 출하 예정이던 49개 품목 348t의 식재료를 출하하지 못했다. 주된 피해 작물은 딸기, 냉이, 시금치, 대파 등 엽채류다.
특히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작물들은 일반 유통시장에서는 짧은 보관 기간과 못생긴 외형 탓에 찬밥 대우를 받으면서 농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번 달에 급식 재료로 얼갈이를 납품할 계획이었던 서상환씨(66)는 "시장 출하도 가능하면 좋은데 억제제를 써서 작고 딴딴하게 키운 다른 상품들하고 경쟁이 안 된다"며 "가락동 시장에 가지고 나가면 쓰레기 취급을 하는데 차라리 갈아엎고 만다"고 한 숨을 쉬었다.
서씨는 비닐하우스 2개 동(400평 규모)에서 얼갈이를 키우고 있지만 납품 길이 막히면서 이미 1개 동은 갈아엎었다. 나머지 1개 동도 제때 뽑지 못해 벌레가 생기고 있어 빠른 시일내에 다른 판로를 찾지 못하면 전부 폐기해야 할 처지다.
◇ "계약대로 심었는데, 피해는 알아서 해라?"
급식 재료 가운데 시금치와 대파를 키우고 있는 김영섭씨(60)도 팔 데도 없는 시금치와 대파를 울며 겨자 먹기로 뽑아냈다.
김씨는 "4월부터는 수박을 심어야 하기 때문에 시금치를 그냥 놔둘 수만은 없다"며 "인건비라도 하려고 뽑고 있는데, 아니면 갈아엎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씨가 친환경 농법으로 어렵게 지은 시금치는 시장에서는 급식 납품 단가(1만6천원)의 4분의 1인 4천원을 받는 게 고작이었다. 이렇게 김씨가 시금치와 대파를 급식 재료로 납품하지 못해 본 손실만 1천만원에 달했다.
김씨는 계약재배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 중앙정부의 관계 기관들이 나서주길 요구했다.
"3월 계약량이 있어 그걸 믿고 이렇게 심어놨는데, 사가질 않고 너네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인 겁니다. 농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죽을 맛입니다."
하지만 당국에서도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역시 직거래 장터를 열거나 농산물 꾸러미 판매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급식물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친환경학교급식 이천시 출하회 이호진 사무국장은 "정부 추경 예산안만 보더라도 소상공인 지원은 있지만 농업인에 대한 지원 예산은 반영이 안 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전염병이 없으리란 법이 없는 상황에서 농업부분에 대해서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