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6일 오전 10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의 의도 파악과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섰다.
청와대와 정부 내 분위기는 격앙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아침 일찍 기자들에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일본 측 조치를 '입국 거부'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극히 유감을 표하며 금번 조치를 즉각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데 이어 "모든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 중"이라고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전날 'KBS 뉴스9'에 출연해 "'일본이 과연 우리만큼 투명한가'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과격한 조치에 심히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외교부는 일본 측 조치가 우리의 우수한 검사·진단 능력과 투명하고 철저한 방역 노력을 전 세계가 평가하고 성과도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온 점에 주목하며 "방역 외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인 입국제한을 결정했다는 점은 지난해 전격적으로 이뤄진 수출규제 조치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당시 정치 스캔들 무마를 위해 한국 때리기에 나섰듯 이번에도 코로나19 방역 실패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정치적 도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런 상황 인식과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반격카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상응성을 갖되, 지나친 반일감정 고조와 양국관계의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막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다 상황과 조건에 따라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고, 일본이 아파하는 급소를 노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된다.
이런 기준에서 볼 때 우선 거론되는 것은 일본이 취한 '14일 격리'와 '무비자 입국 금지' 조치를 그대로 되돌려주는 방안이다.
국민감정은 차치하더라도 상호주의와 비례성에 입각한 맞대응이라는 점에서 가장 보편적인 수단이다.
중국의 입국제한에는 가만히 있다 일본 측 조치에만 상응 조치를 취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불필요한 '친중 프레임'을 자초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보다 수위가 낮지만 일본에 대한 오염지역 지정이나 여행경보 격상이 보다 현실적 방안으로 거론된다.
어차피 일본이 입국제한을 강화한 이상 이들 조치가 당장은 별 의미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압박 카드가 될 수 있다.
한국 내 방역작업이 일본보다 일찍 마무리된다고 가정할 때, 일본은 입국제한을 어느 시점에 풀어야 하지만 우리는 이후에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염지역 지정은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둔 일본으로선 가장 아픈 곳이어서 정부의 결정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