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마스크 줄, 광화문 집회만큼 감염 위험"

하루 수백만장 공급하지만, 시민들 대거 몰려 혼란
전문가들 "광화문 집회와 같다…감염 조심해야"
"편의점에 공급해 접근성 높여야" 목소리도
식약처 "마스크 공적판매 비율 현행 50%보다 높이는 방안 마련해 조만간 공개"

2일 경기 파주시 법원리우체국 앞에서 주민들이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정부가 수백만장의 '공적 마스크'를 연일 시중에 공급하고 있지만 마스크 대란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재 공급량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폭증한 마스크 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판매처도 한정적이어서 구매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농협 하나로마트나 우체국, 약국 등 판매처에 많게는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마스크를 사려다 되레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공적 마스크 수백만장 공급에도, 시민들 "마스크 구매 하늘의 별 따기"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이달부터 정부가 공급하는 공적 마스크 물량은 하루 500만장 안팎이다.

하지만 마스크 품귀 현상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모양새다. 공적 마스크가 공급되는 약국과 우체국, 하나로마트에서는 입고된 마스크가 금세 바닥이 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윤모(66·서울 마포구 거주)씨는 "약국 6곳에 마스크가 하나도 없어서 집 근처 하나로마트를 갔지만, 그곳에서도 허탕을 쳤다"며 "다시 지하철을 타고 나와 2시간4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몇 시간을 기다려 가까스로 구매에 성공하더라도,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는 최대 5개. 기다린 노력에 비해 다소 초라한 숫자지만, 이마저도 아쉬운 시민들은 매일 마스크 판매처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서울 양천구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 를 찾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전문가들 "대규모 광화문 집회와 다를 바 없어…비말 최대 2m 날아"

문제는 한정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많은 시민이 좁은 공간에 줄지어 서 있는 것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판매처에 몰리는 인파들은 온라인이나 모바일 커머스로 마스크를 구매하기 어려운 50~70대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등 감염에 취약한 연령층이 한 공간에 모여서 장시간 체류하는 셈이다.

전직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이었던 신상엽 교수(감염내과 전문의)는 "대규모 광화문 집회와 같다고 보면 된다"며 "사람 입에서 튀는 비말(기침할 때 튀는 액체)이 최대 2m까지 날아갈 수 있고, 그 범위에 있다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확진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언제 어디서 기침을 하면서 비말을 여기저기 묻힐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꼭 사람이 아니라 손잡이나 난간 등 시설에 (비말이) 묻고, 그걸 다시 만질 수 있다"고 짚었다.

서울대 의전원 내과학박사 김남중 교수도 "확진 환자가 주변에 있다면 당연히 감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 2일 대구우체국 앞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인 50대 남성이 실제 공적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가, 한 방송사 인터뷰 중 발각돼 경찰에 의해 보건당국에 넘겨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감염 위험 없도록 판매 방식 바꾸자"…편의점 공급도 방법

전문가들은 좁은 공간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상황을 막을 수 있도록 현재의 공급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중 교수는 "감염자가 섞여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마스크 판매 방식은 당연히 위험하다"며 "감염성이 없는 공급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상엽 교수는 "사람들이 길게 줄어 서는 방식은 상당히 위험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모임을 자제하라고 하는 마당에 정부가 되레 (위험을) 촉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어 "편의점처럼 많은 유통망을 보유한 곳에서 하면 지금처럼 줄이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공적 마스크 판매처는 우체국과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약국 등에 한정돼 있다. 소비자 접근성이 가장 좋은 편의점을 공적 판매처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최종열씨(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는 "접근성이 가장 좋은 유통경로인 편의점을 제외한 것부터가 잘못된 정책이었다"며 "공적 판매 이후 편의점에 공급되는 수량이 줄어들면서, 직장인 등이 마스크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최근에는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마스크를 몰래 빼돌린 것 아니냐'라는 오해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편의점에도 공적 마스크를 공급해 시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공급 혼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현 상황을 인지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50%인 마스크 공적 판매 비율을 더 높이고, 중복 구매를 막겠다고 원론적으로 밝혔지만 세부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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