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근까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의혹이나 이른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등 정치·사회적으로 주목받은 수사를 계속해 왔다. 이들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나 여권과 신경전을 벌였고, 검찰 내부에서는 일선 수사팀과 지휘부 사이에 잡음도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검찰이 관련 사건을 잠시 접고 민생 안정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사회 이목을 끄는 정치적 성격의 사건이 아닌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검찰 수사라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민생 안정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당시부터 강조한 목표다.
추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법무행정의 궁극적 목적은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 국민을 안심하게 하는 것"이라며 "민생을 해치는 범죄에 대해 법무 행정력을 총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도 "국민과 함께하는 자세로 일하겠다"며 "서민 다중에 대한 범죄 역시 우선적인 형사 법집행 대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생 안정은 법무·검찰 수장이 취임과 동시에 강조했음에도 굵직한 다른 수사 때문에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상황은 급반전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검찰에 가짜뉴스 확산 및 마스크 매점매석 등 위법행위에 대해 신속·엄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이 취합한 코로나19 관련 사건은 지난달 2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총 48건이다. 기소 3건, 각하 1건, 경찰 송치 6건,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38건 등으로 진행 중이다.
혐의별로는 마스크 대금 편취(사기) 사건이 22건으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허위사실 유포(업무방해 등) 사건이 14건으로 나타났다., 확진환자·의심자 등 자료유출(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사건은 8건, 확진환자 접촉사실 허위신고 및 역학조사시 허위진술·격리거부(위계공무집행방해 등) 사건은 3건으로 나타났고, 마스크 등 보건용품을 사재기한 물가안정법 위반 사건도 1건도 포함됐다.
이 중에는 첫 구속기소 사건도 포함됐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지난달 27일 "중국 우한에 다녀와 우한폐렴이 의심된다"는 내용으로 허위 신고(위계공무집행방해)한 등 혐의로 A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수사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 조만간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 보건당국이 코로나 감염경로 파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도 명단이나 관련 시설 현황 등을 숨길 경우 강제력을 동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감염 의도로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등 직접적인 법 위반이나 범죄 혐의가 명확해야 하다"며 "단순한 비협조를 이유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