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문제에 '황당·뒷북 대응'을 반복해온 정부가 이제라도 전체 명단을 재확인하도록 강제역학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천지 확진자도 없고, 대구 집회 참석자도 불확실…정부의 '엉망진창' 신천지 명단
정부가 각 지자체 별로 신천지 신도 명단을 배포한 다음날인 지난 28일, 부산시는 정부로부터 받은 명단에 코로나19 판정까지 받은 신천지 신도 중 일부가 빠졌다고 밝혔다.
부산 코로나19 감염자 중 4명이 신천지 신도로 확인됐는데, 정작 정부가 보낸 명단에는 4명 모두 누락됐다.
같은 날 경기도에서도 정부가 제공한 신천지 신도 명단의 신뢰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긴급브리핑을 열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받은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석한 도민 22명의 명단과 도가 강제역학조사를 통해 확보한 22명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기준 달라 생긴 오류" 해명에 경기도 "우리도 주소 기준 명단 있다" 정면 반박
지자체와 달리 정부는 전체 신도를 주소지별로 나눴기 때문에 관내 집회장의 출석 신도를 기준으로 계산한 지자체 명단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부산시와 경기도의 지적은 단순히 집계 기준의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수준의 오류여서 신천지가 정부에 제공한 명단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경기도 측이 확인한 경기도에 주소를 둔 성인 신도 중 388명은 정부가 제공한 명단에는 빠져있고, 반대로 197명은 정부 명단에는 있지만 경기도의 명단에는 없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경기도가 입수한 명단은 관내 교회 신자 명단이고, 자기들은 경기도에 주소를 둔 사림을 입수한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경기도에 주소를 둔 명단”이라고 반박했다.
또 정부는 미성년자 신도 명단은 각 지자체에 보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 지사는 "정부에 제출한 명단에도 미성년자가 3명이나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이미 다수의 지자체가 정부가 확보한 명단과 인원 수가 다르다는 지적이 쏟아졌기 때문에 정부가 확보한 신천지 신도 전수 명단에 대한 신뢰도 문제는 앞으로도 더 제기될 전망이다.
◇교육생·미성년자 확보 못하고…신천지 앞에만 서면 작아진 정부
지난 27일 정부는 신천지로부터 받은 신도 '전체 명단'을 지자체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재진들의 지적을 받자 "교육생이 약 한 7만 명이 넘을 것으로 저희들도 알고 있는데 확보를 못했다"고 털어놓고, 뒤늦게 이를 확보했다.
이처럼 정부가 교육생 명단을 늦게 확보한 이유도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신천지 측이 '교육생은 정식 신도가 아니기 때문에 명단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반발했기 때문으로 전했다.
반면 대구시는 "(대구 신천지 측이 대구시에는) '교육생 명단이 없어 안 보낸다'고 주장했다"며 "신도 명단을 누락하고 대구시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책임자에 대해 고발 조치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즉 신천지가 정부에는 '교육생 명단을 줄 수 없다'며 시간을 끌었고, 대구에는 아예 '명단이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정부는 "신천지 신도 중 미성년자의 증상 유무는 보호자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미성년자 명단은 지자체에 배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질본 권순욱 부본부장은 28일 "미성년자도 본인의 동의 등을 통해 조사할 수 있다"며 "과거 역학조사, 심지어 다른 감염병 역학조사에서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는 이루어진 선례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CBS와의 통화에서 "신천지 측이 '부모인 신도가 자녀를 그냥 등록한 경우가 있어 해당 미성년자 신도가 실제 신도인지, 아닌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도 신도가 아닌 미성년자를 전수조사하면 아이들이 (부모가 신도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 있어 미성년자를 직접 조사하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실토했다.
즉 정부가 '방역상의 판단'으로 미성년자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검역보다 신도들의 신원 은폐가 우선'이라는 신천지의 이기적인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또 부모와 종교가 달라 부모를 통해 접촉할 수 없는 미성년자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신천지의 설명대로)부모가 있고 미성년자도 같은 교인이라고 알고 있는데, 다를 경우에는 추가 조사해 조치하겠다"며 뒤늦게 수습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고스란히 방역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각 지자체들은 정부가 제공한 명단과 자신들이 확보한 명단 간의 오류를 들어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CBS와의 전화 통화에서 "경기도 명단을 기준으로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는데, 이 경우 각 지자체마다 통일된 명단을 사용하지 않아 역학조사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엉터리 명단 확인되면 정부도 신천지 강제역학조사·법적 대응 나서야
이 때문에 지금이라도 정부가 강제역학조사를 실시해 신천지가 '제공한 명단'을 받지 않고 직접 명단 원본을 찾아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변호사는 "감염병 예방법 42조 강제처분 조항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체로 명시됐다"며 "정부도 지자체처럼 강제역학조사를 실시할 법적 근거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천지가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제출했다면 역시 감염병 예방법체 처벌 규정이 있다"며 "또 정부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형사처벌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정부가 명단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이유로는 지자체와 정부 간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직 환자가 많지 않은 대부분의 지자체는 종교 탄압 논란 무릅쓰고 강제역학조사를 실시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주력할 수 있지만, 중앙 방역당국은 당장 대구 지역을 수습하기 위해 신천지 교단으로부터 최대한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세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단 종교인 신천지가 이미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마당에, 정부가 지나치게 강경 대응할 경우 자칫 아예 정부 협력을 거부하고 신도들이 잠적하도록 공식적으로 방침을 바꿀 수도 있다.
또 이미 정부가 신천지로부터 명단을 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상당한 시일이 흘렀기 때문에 만에 하나 신천지 측이 명단 원본을 감췄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신천지 측은 CBS노컷뉴스가 28일 오후, '[단독] 신천지, 사회 각 분야 인사 조직적 관리 정황 드러나' 보도를 통해 신천지 내부자료를 공개하자 수 시간만에 해당 자료가 담긴 내부망을 폐쇄하기도 했다.
만약 정부가 뒤늦게 강제역학조사에 나섰다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오히려 '종교 탄압'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지자체를 중심으로 신천지가 고의적으로 '엉터리 명단'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것이 사실이 확인된다면 정부도 강제역학조사 및 법적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