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민주당' 꿈틀, 잠잠했던 통합당 맹폭 전환

통합당, 여권 실세 '비례당 논의' 보도 나오자 맹공
'비례당 의병설'에도 공격 자제했지만…수면 위로 드러나자 논평 쏟아내
與 겨냥 '꼼수집단 프레임' 공격‧미래한국당 비례의석 확장 노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심재철 원내대표, 정병국, 이언주 의원, 장기표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미래통합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모여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맹공을 가하는 분위기다.

지난 23일 여당 내에서 비례대표용 정당 창당을 암시하는 '의병설'이 돌았음에도 공격을 자제해왔던 통합당은 28일 당 차원에서 논의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전격 태세를 전환한 것이다.


통합당은 자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향해 민주당이 강도 높게 비난했던 전례를 바탕으로 향후 '내로남불' 프레임을 확장시켜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두고 벌어진 여야의 신경전은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27일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가칭 대안신당)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결사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은, 법이 통과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실제로 통합당(당시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통과 직후부터 위성정당 설립에 착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이 당 대표를 맡아 지난 5일 미래한국당을 출범시켰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초조해진 쪽은 여당이었다.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최대 29석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여당 내 일각에서 '비례민주당' 창당 필요성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의병이라고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우리가 어쩔 수 있겠느냐"며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당이 그동안 미래한국당을 '꼼수 정당', '가짜 정당' 등으로 비난한 것을 돌이켜보면 자기모순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지난 27일까지 통합당은 단 한 건의 비판 논평도 내지 않고 사태를 주시했다. 통합당은 비례의석 수에 따라 원내 1당 사수 여부가 달렸다고 판단, 어떤 방식으로든 민주당 내에서 위성정당 창당 움직임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는 후문이다.

이날 여당 핵심 인사들이 비례정당 논의를 했다는 보도가 터지면서 관련 정황이 구체화되자, 김재원 정책위의장을 필두로 총공세 나섰다. 통합당은 대변인과 원내대변인 명의로 이날 하루에만 비판 논평을 2개나 쏟아냈다.

김 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괴물 선거법을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자리가 아까워 위성정당 창당을 시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기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성원 대변인과 성일종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자신들이 만든 덫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다", "좌파장기독재를 위해선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보여준 모범 사례" 등이라며 민주당을 맹폭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통합당이 놓은 덫에 걸려든 형국이다. 통합당은 섣불리 비난을 가할 경우 여당 내에서 '비례민주당' 논의 자체가 위축될 것을 우려, 공격을 자제하고 기다렸는데 이 전략이 먹힌 셈이다.

'비례민주당' 논란이 수면 위로 등장한 이상 통합당은 선거일까지 여당을 '꼼수 프레임'으로 가두고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강행할 경우엔, 자가당착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공세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비례정당 창당을 포기하면, 민주당 몫으로 갈 수 있었던 의석까지 싹쓸이 하며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통합당 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결국 민주당이 이런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이미 예상했다"며 "언론 보도로 의혹이 물 밖으로 나온 이상 민주당도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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