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들은 이스라엘, 모리셔스, 심지어 중국 공항에서조차 격리 조치되는 등 세계 곳곳에서 봉변을 당하고 있다.
한국발 여행객을 제한하는 국가(지역)는 하루 사이에만 16곳이 늘어나 27일 오후 현재 43곳에 달했다.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한국의 매력 지수를 한껏 높였던 ‘기생충’ 효과마저 희미해졌다.
가히 ‘코리아 포비아’라 할 만큼 문전박대 신세로 전락하는데 외교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절로 나온다.
물론 외교부로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급속 확산이란 엄연한 현실을 두고 외국의 선의에 호소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외교와 로비는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국격 실추를 막기 위해 과연 얼마나 치열하게 임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외교부는 지난 25일 주한외교단 설명회를 가졌고 26일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불러 따졌으며 왕이 외교부장과도 전화통화를 했으니 할 만큼 했다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우리 국민들이 탄 국적기가 이스라엘 공항에서 회항한 지 사나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미 한국발 입국 제한 사례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발생했던 2015년 상황과 비교해도 발 빠른 대응과는 거리가 있다.
외교부는 당시 대만과 아랍에미리트 단 2개 나라가 한국에 대해 여행경보만 발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단 설명회(6월 8일)를 개최했다.
대응이 늦었다면 대응 논리라도 탁월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랬다면 외교적 노력이 무색하게 한국인 입국을 막는 나라가 이렇게 늘어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 당국자가 해외 유력 언론에 우리 입장을 대변하는 기고문을 싣는다거나 하다못해 외신 간담회를 갖는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BBC와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한국의 빠른 진단검사나 보건당국의 체계적 행정, 시민들의 성숙한 태도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정치꾼들이 네탓 남탓 공방에 몰두하는 사이에 외국 언론은 객관적 시선으로 한국의 위기 극복 능력을 정확히 짚어냈다. 우리 정부의 홍보 역할을 대신 해준 셈이다.
외교부가 더욱 답답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마저 혼선을 빚었다는 점이다.
외교부는 한국발 여행객을 제한하는 국가 명단에 중국 칭다오(靑島) 등을 넣었다 뺐다 하며 오락가락 해 중국 눈치를 본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중국의 제한 조치가 버젓이 진행되고 있었고 현지 우리 공관도 이런 사실을 공지하고 있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국민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교부는 결국 불과 하루 만에 공지를 수정하고 칭다오는 물론 칭다오가 소속된 산둥, 랴오닝, 지린 등 5개성(省)을 명단에 대거 추가했다.
싱하이밍 대사를 불러 중국의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강경화 장관이 왕이 부장에게 우려를 표명한 것도 허사였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선의를 배신한 중국에 이제라도 상응한 조치를 취하자는 주장이 나와도 뭐라 할 수 없는 결과를 자초했다.
외교부로선 중국의 입국 제한 사실을 국민들에 제대로 알리기만 했어도 뒤통수가 덜 아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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