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27일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불법재산임을 알면서도 취득·형성한 재산에 대해 범인이 아닌 제3자가 갖고 있더라도 추징을 집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2013년 7월 새로 삽입한 내용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의 입법목적은 국가형벌권의 실현을 보장하고 불법재산의 철처한 환수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요인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에 대해 "불법재산인 줄 몰랐다"며 압류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고 해당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불법재산을 형성한 범인과 공범이 아닌 제3자의 귀속재산에 대해서까지 형사재판에서의 재산형을 집행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조항은 제3자에게 범죄가 인정됨을 전제로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범인에 대한 추징판결 집행 대상을 확대해 제3자에게도 물적 유한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징판결의 집행은 그 성질상 신속성과 밀행성을 요구하는데 제3자에게 추징판결의 집행사실을 사전에 통지하거나 의견제출 기회를 준다면 제3자가 또다시 불법재산을 처분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박씨의 땅을 압류하기 전 통지하거나 의견진술을 부여하지 않은 데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몰수는 제3자가 불법재산임을 알고도 취득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한정했다. 본안 소송에서 박씨가 전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임을 몰랐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압류도 취소된다.
이번 헌재 판단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인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와 며느리 이윤혜씨 등이 제기한 추징금 집행 이의신청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열린 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 측은 박씨와 마찬가지로 전두환 추징법의 위헌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