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 "정치한다니 美 박수치고, 韓 말리더라"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최지은 세계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 정치 도전
"기득권 생산성 낮아..웃사람들이 일 안하고 울타리 치는게 문제"
"경제적으로 준비돼 있으면 정치적 통일 더 수월해...경제 통일 기여하고 싶어"

(사진=더불어민주당 소속 최지은 박사 제공)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국제경제학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개발학 박사. 세계은행(World Bank) 선임 이코노미스트...

세계 정상급 학위와 전 세계를 넘나드는 경력, 미국 워싱턴DC에서의 안정된 삶을 박차고 그녀는 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그것도 하필 여의도 정치판에 뛰어들었을까.

"아니 왜?" 더불어민주당의 영입인재에 최지은 박사(39)가 포함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맨 처음 든 질문은 바로 그것이었다. 워싱턴특파원을 하면서 공부모임에서 종종 봤던 사이인지라 뉴스를 접하고 놀라움은 더 컸다.


최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최 박사는 대뜸 답 대신 자신의 일화를 들려줬다. 정치권에서 콜이 왔다고 얘기했을 때, 미국인과 한국인들의 반응이 180도 달랐다는 것. 미국인들은 한결 같이 축하를 해줬다고 한다.

◇ 정치 도전에 미국인 동료 한국인 동료 반응 다르더라...

"미국인 친구나 동료들은 정치를 통해 나라를 위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구요. 하버드에 있는 석사 때 지도교수님은 메일을 받자마자 너무 축하하고 자랑스럽다고 답장이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동료나 지인들의 반응은 정 반대였다. "열이면 열,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뜯어말리던데요." 한국에서 정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한국에서 정치 혐오가 얼마나 더 팽배한지 느끼는 순간이었다고.

그런 차이가 특유의 도전 정신을 더 건드린 모양이다. 국제기구를 꿈꾸며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하버드대에 입학한 것이나, 아프리카개발은행에 한국인 최초로 입사한 것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부모님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해낸 것도 모두 최 박사의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일궈내지 못했을 성과다.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영입인재 9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최지은 박사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한국 정치'를 도전과제로 골랐다. 그러면 정치를 통해 뭘 하고 싶은 걸까. 그 질문에 최 박사는 '통일경제'와 '기득권의 생산성 향상'이라는 답을 내놨다.

워싱턴 공부모임에서 최 박사가 강연한 내용은 자신이 직접 세계은행을 통해 참여하고 있는 그리스와 터키 사이에 놓인 지중해의 섬, 키프로스(Cyprus)의 경제 통일 모델이었다.

키프로스는 그리스계가 몰린 남 키프로스(키프로스 공화국)와 친 터키계인 북 키프로스로 나눠져 있다. 키프로스의 남북 통일협상 지원 사례를 보면 통일의 경제적 이득이 클 때 정치적 논의도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최 박사는 또 같은 민족이지만 두 나라로 나눠 경제적으로 평화롭게 교류하며 살고 있는 알바니아와 코소보에서의 세계은행 차관 사업도 진행하며 이들 사례도 유심히 지켜봤다.

정치적으로 한 나라가 됐던 두 나라가 됐던 북한과의 경제 통일을 통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실제적인 지식, 경험, 해외 사례들. 그녀가 미국에 있을 때부터 기자도 주변 사람들도 충분히 인정했던 바다.

궁금했던 것은 '기득권의 생산성 향상' 부분이었다. 이건 무슨 얘기인가?

◇ 낮은 생산성, 일 안하고 울타리치기 바쁜 기득권이 문제

최 박사는 "한마디로 웃대가리들이 돈 받는 만큼 더 많이 일하고 더 잘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을 내놨다.

"세계은행에서는 직책이 높아질수록 일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국장급으로 파견오신 분들이 많이 놀라세요. 일이 너무 많다고...사실 한국의 교육수준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는데 이건 일선 노동자가 문제가 아니라 윗사람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최 박사는 하루 만에 인터넷 설치가 가능하고, 공무원의 민원처리도 한국만큼 빠른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매장에서의 서비스 수준도 어느 나라보다 높은데 문제는 위로 올라갈수록 일을 적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단 기득권에 들어가면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 이젠 적당히 하자는 불문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득권이 되고나면 실력을 갈고닦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못 들어오게 울타리를 치는 일에 더 힘을 쏟는 것이 아닌지... 그렇게 울타리를 치면 양질의 일자리가 더 늘어나지 못하고, 청년들이 올라갈 자리가 없어요. 최저임금이 문제가 아닙니다."

최 박사의 해답은 명확했다. "돈 받는 만큼 일을 하면 됩니다. 성과를 내면 거기에 맞게 돈을 주면 되구요. 대신 그 평가는 혹독해야 합니다. 경영인, 중간관리자, 공무원, 교수 모두 적용 대상입니다. 국회에 들어가면 일단 국회의원부터 제대로 평가하는 지표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한창인 지금, 최 박사는 자신이 하려는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라면 비례든 지역구든 가리지 않고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너무 정치적인 고려만으로 자리를 찾아들어가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최근 부산 북강서을 선거구 출마설이 나돈 것에 대한 나름의 답으로 들린다.

경제 협력과 교류를 통해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 웃대가리들이 제대로 일하게 만드는 한국을 만들겠다는 그녀의 포부가, 한국 사람들이 모두 뜯어 말렸다는 정치권에서 통할 수 있을까. 최지은 박사는 또 한 번의 도전 성공기를 쓸 수 있을까.

영입인재들과 코로나 극복 현장 응원을 나가야 한다며 당사로 돌아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아직은 경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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