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의원은 25일 새벽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라며 "한 번쯤 바꾸는 게 맞을 것 같다. '제3의 길'이 희망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한 단계 깊어진 고민의 결과, 제3-1의 길을 제안드릴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 전 의원 페이스북에 게시돼 있었으나, 오후에 삭제됐다.
정 전 의원 주변에서는 정 전 의원이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안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정 전 의원의 한 측근은 "정 전 의원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에 맞서 민주당에서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전 의원은 지난 20일에도 페이스북에서 "당은 제 다음 스탭을 기어코 앞으로 빼게 한다"며 "선거는 블랙홀로 빠져들고, 저는 웜홀로 간다"고 적었다.
손혜원 의원도 위성정당 창당에 군불을 떼고 있다.
손 의원은 지난 23일 개인 유튜브채널 '손혜원TV'에서 "김남국 변호사 관련 일들을 보면서 (민주당에서) 민주진영의 지지자들을 이렇게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누군가 나서서 사람을 모으고 당을 만들면, 어쩌면 제가 그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 의원은 "민주당이 진보진영 시민들에게 너무 소홀한 것 같다. 집토끼를 잡지 못하면서 어떻게 선거를 이길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민 중심의 비례당이 만들어지고 나를 소환한다면, 다시 한 번 (나의 역할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두 사람의 창당 군불떼기가 실제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창당을 하려면 5개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하며, 각 시.도당별로 당원이 1천 명 이상 확보돼야 한다.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추지 않는 이상 50일도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창당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 전 의원이나 손 의원의 이런 움직임을 불안하게 바라보고만 있다.
민주당의 극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당이 만들어진다면, 이들의 발언이나 행동 등 선거운동 방식이 자칫 민주당에게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정 전 의원의 팬클럽 '미권스'의 압력으로 김용민 시사평론가를 공천했다가 선거를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있다"며 "당 밖에서 만들어지는 위성정당은 우리당과 관계가 없는데도, 그들의 실수나 언행에 대한 책임을 우리가 떠앉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소신이 강하신 분들이어서 당에서 어떤 요청을 해도 쉽게 설득되지 않을 수 있다"며 "선거판의 변수가 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열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한 위성정당이 만들어지게 되면, 여권의 비례대표 표가 갈라지면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당선 폭도 줄어들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열성 지지자들이 아니라 시민사회 계열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민주진영의 인사들이 나서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부 민주진영의 원로들이 이번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만큼 어떤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며 "중도층을 아우르는 인사들이 모여준다면 우리로서는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위성정당 없이는 원내 제1당 위치를 통합당에 내줄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에서 최대 27석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으로 단 6~7석 정도를 예측하고 있다.
당 외부의 움직임과 별도로 민주당 내부에서도 위성정당 창당 얘기가 나왔다.
장경태 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청년민주당 창당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민주당은 민주당 내부 위원회 중 하나인 전국청년위원회를 떼어내 위성정당으로 만든다는 구상인데, 지난해 12월 잠깐 당 내에서 논의됐던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며 "당에서 직접 위성정당을 만들 계획이 업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