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입국 금지? 현 단계에서 논의할 사항 아냐"

보건당국 "최근 해외 유입 사례 확인된 바 없어…현재 수준 유지"
전문가들 "현 시점에서 입국금지 조치 실효성 떨어져"
의협 등 일각에선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해야" 주장도

인천공항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듭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현재 조치로 충분하다"며 추가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전문가들도 "현 단계에서 '추가 입국금지'는 우선적으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일각에선 정부의 조치가 반 박자씩 늦다며 이제라도 추가 입국 금지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 정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중국에 대한 추가 입국 금지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여론에 정부는 현재 조치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김강립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24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통해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설명은 코로나19의 발원지로 가장 많은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나온 중국 후베이성발 입국 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고 그외 지역은 특별입국 절차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부본부장은 "중국 후베이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국금지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숫자가 나타나고 있으나 추가적인 입국 금지를 검토하는 것보다는 현재 절차를 유지하면서 특별검역 절차를 통해 연락처를 철저하게 확인하고 14일간의 자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후베이성에 방문한 내국인은 14일 동안 자가격리된다. 중국과 홍콩, 마카오에서 입국하는 내외국인은 특별입국 절차를 밟는다. 전용 입국장에서는 이들의 국내 거주지와 실제 연락처를 직접 확인한 뒤 입국을 허용한다. 중국, 홍콩, 마카오발 입국자들은 자가진단 앱을 필수로 설치해 매일 건강진단 항목에 답하고, 의심 증상이 생기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나 선별진료소 안내를 받는다.

정부는 다만 추후 상황 변동이 있을 경우 방역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추가적인 전략이나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 판단 근거는?…"최근 해외 유입 사례 확인된 바 없어"

정부가 추가 입국 금지 등의 조치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최근 국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는 대구 신천지 집회와 경북 청도 대남병원을 주축으로 폭증하고 있다. 24일 오후 4시 기준 확진환자는 83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날 오전 9시 기준 전체 확진환자 763명 가운데 신천지 대구집회 관련 확진환자는 458명으로 전체의 60%를 상회했다.

정부는 앞으로 7~10일이 코로나19 확산을 좌우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천지 대구 집회 등의 감염 경로를 막아야 추가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구 신천지 집회와 청도 대남병원과 관련된 사례가 전체의 75%를 차지한다"며 "31번 환자 이후 확정된 해외 유입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조사 중인 사례를 보면 접촉자인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는데 그중 일부는 해외를 다녀온 분들이 있긴 하지만 해외에서 감염된 것인지, 신천지 대구 집회와 연관된 사례인지에 대해선 좀 더 분류가 필요하다"며 "현재까지는 대구 신천지와의 연관성이 더 많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해외 유입 및 그와 관련된 지인들에서 발생한 사례는 4.3%이고 아직 분류나 조사가 진행 중인 사례는 20% 정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지금 단계에서는 해외유입을 통한 감염보다는 국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 전문가들 "필요하다" vs "현 단계에서 논외 사항"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됐고 국내 관리 인력 등 자원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는 추가 입국 금지·제한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의과대학원 김남중 내과학 박사는 "질병의 특성상 (바이러스가)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다, 국내 지역사회 전파도 효과적으로 막기 어려운 특성상 외국 유입을 추가로 막는 것은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단계에선 지역사회 전파를 저지하기 위해 휴교, 직장 폐쇄 등의 옵션을 택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 단계에서는 '완화 전략'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 사망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건부 입국 제한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손장욱 감염내과 교수는 "중국 전체에 대한 한시적 입국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국내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해외 유입까지 되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손 교수는 "우리나라 아웃브레이크(집단 발병) 유행, 산발적 지역사회 감염이 어느 정도 조절되는 때에 현실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속속 나타난 때인 지난달 26일부터 정부에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의협은 후베이성 외에 광동성·저장성·후난성·장시성 등 중국의 다른 성(省)에서도 환자가 상당수 발생했고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로 이동한 이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입국 금지 조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가 확산되는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모든 중국발 내외국인을 전면 입국 금지한다는 건 혐오와 배제만을 강조하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며 "구체적 근거를 갖고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또 전면 봉쇄 전략을 취할 경우 오히려 음지를 통해 불법 입국하는 이들이 늘어날 위험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위원장은 "의료 인프라 수준이 낮은 국가들은 완전 봉쇄 전략을 취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방역의 목적은 '인간 보호·존중'이다, 중국 혐오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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