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악몽'으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총 14곡이 실린 첫 번째 정규앨범 '디스토피아 : 더 트리 오브 랭귀지'(Dystopia : The Tree of Language)를 내놓은 드림캐쳐. 앨범이 공개되던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드림캐쳐 다미, 유현, 가현, 시연, 지유, 수아, 이렇게 여섯 명을 만났다.
◇ 3년 만에 나온 정규 1집, 14곡을 가득 채우다
'디스토피아 : 더 트리 오브 랭귀지'는 드림캐쳐가 데뷔 이후 그려온 '악몽'의 대서사시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펼치는 결과물이다. '디스토피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상처를 품은 언어 때문에 어둠으로 물든 세계에 드림캐쳐만의 이야기를 녹였다.
지유는 "사람들이 예쁜 말 하면 하얀색 열매가 열리고 나쁜 말 하면 검은색 열매가 열리는 나무가 나온다"라며 "말로 행복을 얻을 수도 있고 상처를 입을 수도 있지 않나. 좀 사회적인 요소로 '언어'에 대한 걸 이번 앨범에 녹여냈다"라고 말했다.
디스토피아라는 주제를 생각해 본 적 있냐는 질문에 시연은 "디스토피아가 유토피아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진짜 일상생활에 녹아있는 것 같다. 어디서든 상처받으면 그곳이 그 사람만의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일본 활동을 병행하며 4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완성했으나, 드림캐쳐는 이번 앨범이 '질과 양' 모두를 충족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드림캐쳐 앨범에서 빠지지 않는 인트로, 아웃트로를 비롯해 총 14곡이 담겼다.
지유는 "저희가 디싱(디지털 싱글)이나 미니앨범만 내서 곡 수가 한정된 걸 아쉬워했다. 수록곡도 퀄리티 있게 넣는 편이라서 '수록곡 맛집'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 정규(앨범)는 질과 양 동시에 충족시켜드린 앨범을 갖고 나온 것 같다. 인썸니아(드림캐쳐의 팬들)도 만족할 것 같다. 우리 멤버들도 진짜 3년 동안 고생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멤버들의 참여도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유, 시연, 다미는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 작사에, 지유, 시연, 유현, 다미는 '재즈 바'(Jazz Bar) 작사에 참여했다. 시연은 마지막 트랙이자 본인의 솔로곡인 '파라다이스'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시연은 "모두 작사에 대한 기회를 얻었고 열심히 노력해서 네 명이 앨범에 참여하게 됐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사 쓰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고, 멤버들의 가치관과 생각이 조금씩은 다르다는 걸 또 한 번 느끼게 됐다. 똑같은 주제로도 다른 생각이 나오더라. 딱 우리만 참여한 곡도 내 보고 싶더라.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2번 트랙 '스크림'(Scream)이다. '스크림'은 록을 바탕으로 하되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 조화를 이룬 곡이다. 가사는 중세 시대의 마녀사냥을 모티프로 했고, 중간에 나오는 비명이 포인트다.
지유는 "비트가 되게 '따따다단 딴!' 계속 이렇게 되어서 처음 드는 생각이… '아, 춤! 빡세겠구나. 안무 빡세겠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라며 웃었다. 유현은 "중간에 비명이 나오는데 내가 지금 들은 게 맞나? 했다. 그런 특이한 요소로 되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드림캐쳐가 퍼포먼스와 콘셉트로 주목받아 왔지만 그동안 댄스 브레이크가 많이 있지는 않았다고 언급한 수아는 "노래 자체가 굉장히 전쟁터를 연상시키는 느낌이었다. 다 때려 부술 수 있을 것 같은! 항상 발전해나가는 것 같아서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수아는 "저희 멤버들은 하고 싶은 게 다 뚜렷해서 얘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고 운을 뗀 후, "이번 타이틀도 안무는 진짜 타이트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확실하게 얘기했고, 저희가 원하던 대로 안무가 잘 나온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묶여진 두 손 저려오는 이 느낌/모두 내게 돌을 던져도/벗어나지 못해/하나도 난 재미없어/누구를 위해서인지/누가 좀 말해 줘 Tell me/타오르는 불길 위에 Now/Please I don't want to scream"이라는 가사는 흘려듣기엔 무게감이 있다.
지유는 "마녀사냥이란 게 사람들의 신빙성 없는 말이 전해져서 한 사람을 되게 궁지로 몰아넣는, 곤란한 처지로 만드는 것이지 않나. 저희도 연예인이니까 그런 말들, 루머가 굉장히 많을 수도 있고… 저희뿐 아니라 학교 다니는 어린 친구들까지 말로 상처받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걸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드림캐쳐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묻자, 가현은 "있다"라면서도 "팬분들을 자주 못 만나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소통을 자주 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유현은 "브이앱하면서 (악플을) 되게 많이 보긴 하는데 인생을 살면서 항상 행복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해 취재진과 멤버들 모두를 폭소케 했다.
수아는 "그런 글보다도 좋은 글들이 더 많이 온다"라고, 지유는 "그런 악성 댓글이 있으면 팬들이 신고해 준다. 그럼 '아, 내 편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드림캐쳐는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 중에서도 지향하는 음악과 콘셉트가 가장 선명한 그룹으로 꼽힌다.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영 메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악몽'이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강렬한 콘셉트와 세계관으로 팬들에게 해석하며 파고드는 재미도 준다.
'드림캐쳐'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확실한 것을 두고 고민이 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시연은 "저희가 콘셉트도 딱 잡혀 있고 메탈을 한다는 걸 아시고, 그래서 저희한테 더 기대를 걸어 주신다. 그 기대가 저희한테는 좀 더 열심히 하고자 노력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지유는 "저희 회사 식구들끼리 딜레마에 빠진 시기가 있었는데 이렇게 우리가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하다가 (갑자기) 주춤하면 뭣도 안 되겠다 싶었다. 일단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스타일을 계속 구축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리의 길을 가다 보면 (대중도) 알아주실 것"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분명한 콘셉트와 세계관을 가지고 나오는 아이돌이 늘어나는 추세에 드림캐쳐도 기여한 것 같지 않느냐는 물음에 멤버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수아는 "요즘 추세가 확실히 걸 크러시, 멋있는 콘셉트가 많은 것 같다"라며 "저희가 추세를 빨리 읽었다고 생각한다. 록 장르도 언젠가는 대중분들도 좋아해 주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지유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성도 점점 높아진다고 본다. 세계관을 가진다는 것도 누굴 따라가는 게 아니라, 그 그룹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거라서 저는 정말 좋게 발전하고 있는 거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2017년부터 이렇다 할 공백기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노래와 무대로 나타난 드림캐쳐. 기다리던 정규 앨범도 냈고,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라질 등 해외에서도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앨범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지유는 "짐승돌! 사파리에서 뛰어놀 것 같은 짐승돌!"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단 저희, 전국 투어를 하고 싶어요. 전국 투어한다는 것 자체가 저희 그룹이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고 대중성이 있다는 것이니까 꼭 하고 싶고요! 이번에 빌보드 앨범 차트에 저희 앨범이 꼭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정규 앨범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지유)
"팬분들이 그런 말을 잘하시더라고요. '드림캐쳐가 드림캐쳐했다'고요. 저희 개성이 많이 각인됐다는 좋은 뜻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아, 역시 드림캐쳐다'라는 반응을 듣고 싶어요." (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