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장관은 취임 이후 인사와 조직 개편 등 연이은 개혁 과제를 내놓고 있다. 검찰 조직 장악을 위한 선제 조치라는 평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일방통행식' 개혁 작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내부 공감과 협조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해서는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추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분리'하는 방안까지 내놓으며 본격적인 개혁 행보에 나섰다. 수평적 견제를 통해 검찰 내부 통제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수다. 이런 상황에서 추 장관은 일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포함한 검찰 지휘부 의견을 듣겠다고 제안했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전국 검사장 회의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개최하고, 이후 만찬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의 고검장 및 지검장들에게 보냈다.
법무부가 밝힌 논의 대상은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공포 후 하위 법령 제정 △검찰 수사 개시 사건 종결 시 판단 주체를 달리하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검찰 수사 관행 및 조직문화 개선 등이다. 법무부는 회의를 통해 모인 구성원들의 의견을 정책 추진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검찰 내부 기류는 심상치 않다. 법무부와 검찰이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공개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검찰 내부에서는 구성원 모두 공유할 수 있도록 회의 내용을 공유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의 중계 방안까지 거론됐다. 법무부는 애초 검사장 회의를 오전부터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공개 여부와 범위를 놓고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회의 시간도 오후 2시부터 6시로 조정했다.
다만, 검토 중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회의 과정이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내부에서는 회의 내용을 공개할 경우 논의가 허심탄회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위축될 수 있다는 점과 특정 논의만 부각돼 전체 취지가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검찰 인사로 사실상 '좌천'당했다는 평가를 받는 간부들과 정권을 향한 수사 처리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간부들의 작심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사장 회의가 개혁에 직면한 검찰 내부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추미애 장관 취임 이후 '불협화음', '신경전' 등 논란이 많은데 이번 회의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서로 입장을 가감 없이 드러내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