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기후 이상징후 속에서 탄소배출 줄이기를 실천에 옮긴 이들이 있어 주목된다. 강원영동CBS는 일상생활에서 탄소배출 줄이기에 나선 시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 남 일 같지 않은 호주 산불…동해안 주민 "경각심 느낀다" ② 청소년부터 장애인들까지…일상 속 탄소 줄이기 '눈길' ③ 겨울 풍경 바꿔버린 '이상 기후'…경제·먹거리까지 '위협' (계속) |
달라진 겨울 풍경은 축제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강원 화천산천어축제, 평창송어축제, 홍천강꽁꽁축제, 철원한탄강얼음트레킹축제 등이 기후 이상으로 차질을 빚었다.
이들 지역에는 지난 1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 동안 60~70mm가 넘는 겨울비가 내렸다. 때아닌 폭우로 화천산천어축제장 얼음 낚시터는 물바다로 변했고, 각종 축제장에 조성한 얼음축구장이나 눈썰매장 등은 모두 녹아 사라졌다.
평창송어축제 박용만 본부장은 취재진과 통화에서 "아직 정확한 집계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현재까지 파악한 결과 적자가 11억 원에 달하고, 방문객도 예년보다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며 "얼음 낚시터는 보통 44일 개방하는데 올해는 고온 현상 등 날씨 탓으로 10일만 운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이면 겨울답게 눈이 내려야 하는데 3일 넘게 비가 온 데다 강한 비가 쏟아지면서 타격을 많이 받았다"며 "지난 2008년부터 축제를 진행했는데 올해처럼 이렇게 부진한 적은 처음으로, 겨울축제를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들 정도"라고 걱정했다.
시는 눈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천막으로 눈썰매장을 덮는 등 응급조치를 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통상 12월 초가 지나면 황태를 말리는 작업이 진행돼야 할 덕장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12월 말에도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는 등 차질을 빚기도 했다.
폭설이 잦아 '제설의 달인이 됐다'고 알려진 강릉에서는 올 겨울 눈이 고작 4.9cm 내렸을 뿐이다.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릉에 내린 눈의 양은 22.4cm으로, 올해 확연히 줄었다.
3년 전만 해도 강릉에는 무려 83cm 눈이 내렸던 터라 주민들은 "이제 강릉에서 눈을 보기 어렵다. 겨울이 그냥 봄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제학술지 'Lancet Planetary Health(랜싯 플래니터리 헬스)' 제3권 7호에 실린 논문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오는 2050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541ppm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은 농도에서는 이산화탄소 공급 증가로 광합성이 더 잘 일어나게 돼 주요 작물의 탄수화물 함량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단백질과 주요 영양성분(철분, 아연 등)의 함량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쌀의 단백질 함량은 8~12%, 밀의 단백질 함량은 6~12% 감소할 수 있다. 쌀의 단백질과 철, 아연 함량이 줄어들고 탄수화물만 많아지면, 우리 국민의 핵심 식재료 영양이 부실해져 특히 아이들은 균형 잡힌 성장에 방해를 받을 우려가 크다.
결국 "기후변화 대응을 뒤로 미룰수록 식재료의 영양성분 '부실'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연료·연소로부터 뿜어져 나온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모두 6억t으로, 전 세계 상위 20개국 중 7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료·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92억 5천7백만t)이다.
국제 지속가능성 연구단체인 퓨처어스(Future Earth)가 200여 명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학자들은 기후변화 대응실패와 기상이변, 생물다양성 감소, 식량 위기, 그리고 물 부족 등을 인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세계 5대 위험'으로 꼽았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다보스포럼에서도 기업인들은 기후변화 대응실패와 기상이변 등을 '위험 요소'로 꼽고 있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김지석 스페셜리스트는 "해외에서는 가장 최근에 세계최대자산운용사 블랙록이 '기후위기를 최악의 금융투자 리스크로 본다'는 발언을 내놓은 등 경제·금융 쪽에서 굉장히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며 "이제 환경단체만 기후변화에 민감한 시기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여전히 당장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고 기업들도 기후변화에 대응한다고 하면 대부분 '규제'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큰 것 같다"며 "환경 이슈를 넘어 기후변화 문제를 경제·금융 분야로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대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