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국내 첫 확진자가 등장하면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시민들의 감염 불안도 다시 커지고 있다.
◇29-30번 환자, 국내 첫 '무연결 환자'…10일간 114명 접촉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거주하는 29번 확진자(한국 국적·82세 남성)는 가슴 통증을 느끼고 지난 15일 서울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하루 만인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됐지만, 지난 5일 증상 발현 후 약 10일간 병원과 약국 등을 총 12번 방문했다. 이 기간 접촉자는 114명이다. 그의 아내인 30번 환자(여·68)는 서울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다. 남편이 고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도 보호자로 동행했다.
◇시민들 "못 돌아다니겠다…아파도 병원 안 가"
해외 여행 이력이나 확진자와의 접촉 경험이 없는 국내 첫 '무연결 환자' 출현에 시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최선옥(55·주부)씨는 "무서워서 어딜 함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있다. 아침마다 뉴스를 챙겨본다"며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누구한테 전염되는지도 모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노모씨는 "주말을 지나면서 경각심이 누그러졌다가 다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일본에서도 감염 경로가 불확실한 환자가 나오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이제 우리도 위험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29번, 30번 환자는 감염 사실을 모른채 국내 대형병원 2곳과 동네 의원, 약국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몸이 아프더라도 쉽사리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시민도 있었다.
지인을 만나러 왔다는 김모(23)씨는 "아무래도 요즘은 몸이 아프더라도 약을 먼저 먹는다. 큰 일이 아니면 병원을 안 찾게 된다"고 토로했다.
◇중국 학생들 격리 거부에 대학가 혼란…"걱정 없이 학교 다니고파"
교육부가 중국인 유학생에 대해 '자율격리' 방침을 밝혔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고 등교 중지나 외출 제한만 하는 수준에 그치는 탓에 현장 혼선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중국 학생이라는 이유로 환자 취급하면서 격리를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며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학생들 불안은 심각하다. 올해 서울 시내 한 사립대학에 입학 예정인 박모(19)군은 "개강 연기뿐 아니라 확실한 예방이나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양대 입학을 앞둔 이모(19)군은 "개강도 연기됐고 오리엔테이션이나 입학식 모두 취소됐다"며 "빨리 제대로 조처해서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4학년 재학생 김모(25)씨는 "개강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아 우려스럽다"면서도 "학교 차원에서 개강 연기 등을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