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논거가 미흡하거나 넌센스에 가까운 주장으로 보인다.
박용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12일 청와대 내에서 지소미아 폐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선거 승리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또다시 반일감정 조장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한일 갈등이 4월 총선에서 여당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분석한 사실을 지적하며 개연성을 뒷받침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일본 측과 계속 협상 중인 상황에서 결과는 도출되는 대로 말씀드리겠지만 ‘강경파가 어떻게 했다’는 식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소미아 종료 여부가 특별히 다시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보도를 부인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언제든지 지소미아 종료 효과를 재가동할 권리가 있고 국익에 기반해 이 권리를 행사할 계획”이라며 다소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이에 외교부는 일본 측의 수출규제 해제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는 점에서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유예하기로 한 결정이 ‘종료 철회’(지소미아 유지)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에 불편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한일 간 대화가 진행 중인데다 미국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지소미아는 ‘반일감정’을 자극할 소재는 될 수 있겠지만 자칫 외교 난맥상을 드러낼 위험도 커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청와대와 여당으로선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총선 이후 숙제로 넘기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 지소미아는 핵심 사안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일본 측과의 사전 조율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대중국 입국 제한 조치를 놓고도 ‘총선용’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선 ‘시황제의 노예’ 운운하는 원색적 언사까지 동원하며 중국이 무서워 국민 안전과 건강을 팽개쳤다는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외교부는 시 주석 방한은 올해 상반기로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 일정이 사전 약속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해온 ‘3월 방한설’을 겨냥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중국이 매년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개최하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3월 방한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며 “넌센스”라고 말했다.
그는 “설령 시 주석이 4월 총선 전에 온다고 해도 그게 여당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중국은 양회 자체를 연기하는 것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고 따라서 4월 예정된 시 주석의 일본 방문도 순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역시 ‘크루즈 입항’ 등 코로나 문제로 편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