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기후 이상징후 속에서 탄소배출 줄이기를 실천에 옮긴 이들이 있어 주목된다. 강원영동CBS는 일상생활에서 탄소배출 줄이기에 나선 시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보는 연속 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① 남 일 같지 않은 호주 산불…동해안 주민 "경각심 느낀다" (계속) |

호주 산불보다 불과 5개월여 전인 지난해 4월 인제, 고성·속초, 강릉·삼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한 탓이다. 치솟는 화마를 보며 주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었다.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지는 데다 강풍까지 부는 지형적 특성상 대형 산불 위험에 항상 노출된 동해안 지역민들은 누구보다 호주 산불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
강원 속초시 노학동에서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윤기호(65) 대표는 이번 호주 산불이 남 일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호주 산불은 정말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동해안은 바람까지 심하잖아요. 특히 2~4월에는 한 번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하면 컨테이너가 밀려 나갈 정도예요. 눈도 내리지 않는 데다 날씨가 건조해 나뭇잎들이 바짝 마른 상태에서 화재라도 발생하면, 속초에서도 재앙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죠."

이어 "아마 어민들도 비슷할 텐데 바다 수온상승으로 이제 동해안에서 명태와 오징어 등이 잡히지 않고 있다"며 "농민들과 어민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고, 기후변화가 이제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윤 대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에너지 자립을 위해 최근 농장 일부 유휴부지에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호주 산불로 무려 약 4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 이는 호주에서 지난해 사람에 의해 뿜어져 나온 탄소나 연료 등 배출량(약 5억 4천t) 중 절반 이상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또 호주 산불 이후 사람들은 최소 33명이 사망했고, 1400채가 넘는 집이 파괴됐으며 10억 마리 이상의 캥거루, 코알라 등이 불에 타 죽었다.
기상청은 만일 전 세계 온도가 예상대로 3~5도 사이로 오른다면 이 같은 최악의 화재는 "정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정상의 정상'이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깔린 지적이다.
기후 이상으로 호주처럼 대형산불이 발생하게 된다면, 동해안 지역에서도 수천~수억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평소에 환경문제가 관심이 많다는 김영문(여. 44. 속초)씨는 취재진과 만나 "겨울이면 겨울답게 눈도 내려야 하는데 올겨울은 너무 따뜻했다"며 "17살 아들과 늦둥이 4살 딸이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러다가 정말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더 걸으려고 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권유도 하고 있다"며 "서로 환경 문제에 공감하고 탄소배출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더 실천에 옮기면 조금이나마 변화가 있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실제 김씨는 직접 행동으로 자신의 소신을 실천하고 있다. 짐을 싣고 이동하는 게 아니라면 무조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김씨의 설명대로라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사회 가치를 실현"하는 셈이다.
"반대편에 사는 나라의 산불이 무슨 상관인데? 그렇게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데 피해규모가 우리나라 산림 면적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에요. 그렇게 큰 산림이 훼손된 거면 지구의 자정기능이나 허파가 훼손된 건데, 아무리 우리가 호주 반대편에 산다고 해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우리 문제, 내 문제'로 생각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봐요."
지구 반대편에서 쏘아 올린 공은 그저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끝나고 말 것인가. 기후 이상징후를 몸으로 체험하고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는 동해안 주민들의 목소리는, 현재 우리 사회가 되새겨봐야 할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