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 온라인 카페에는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1월 말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한 뒤 36.9도에서 37도 사이의 '미열'이 지속되고 있다"며 "일반병원에서는 몸살약만 처방해주고, 질본이나 거점병원, 보건소는 기침 등 증상도 없고 중국 입국이 아니라 검사는 어렵다 한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정상범주라고는 하지만 기초체온이 이렇게 넘었던 적이 없다"며 "증상이 없어도 걸리는 사람이 있다고 해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에 따른 공포가 확산하면서 이처럼 미묘한 신체변화에도 경각심을 갖고 곧바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의료진도 진단키트 부족 등 한계에 부딪혀 진땀을 빼고 있다.
◇ 검사 가능기관·대상 확대되자…'진단 원한다' 불안 환자 '급증'
특히 보건당국이 '코로나19'의 검사기관과 대상을 확대하면서 해외 방문 이력 등이 없어도 스스로 증세가 있다고 의심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급증했다. 당초 보건당국은 중국 후베이성에 방문한 사람이 14일 이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기침, 인후통 등)이 있을 때 검사를 진행했다. 그 외 중국 지역은 폐렴이 있을 때 검사를 했다.
하지만 동남아 방문 후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발생하면서, 지난 7일부터는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후베이성에 국한됐던 기준을 '중국 전체'로 확대하고, 의사의 소견에 따라 의심환자로 분류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또 보건환경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로 제한됐던 확진 여부 검사 기관도 서울대 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 38곳, 수탁검사기관 8곳으로 확대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검사 대상 등을 확대한 첫날인 지난 7일 코로나19 검사 건수는 종전과 비교해 약 3배 정도 증가했다. 의사환자(의심환자) 건수도 크게 늘었다. 1월 3일~2월 6일 한 달간 신고된 누적 의사환자 숫자가 1,106명이었는데 12일 오전에는 5,046명으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검사기관 의료진들도 '한계선'에서 허덕이는 모양새다. 감염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기관·인력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보니 신중한 방문을 호소하는 목소리까지 나오지만 불안한 시민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7일 이후, 2~3배 정도 방문 건수가 늘었다"며 "검사인력 등이 한정적인 만큼 추후 검사를 원하는 모든 분에게 검사를 진행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나 기업 등에서도 굳이 '음성 판정' 진단서를 받아오라는 경우도 많다"며 "이분들이 검사받는 환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검체채취가 가능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례정의(검사대상)' 기준에 맞아야 검사가 가능하다"며 "불안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안내하면 항의를 하시는 경우도 많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보건당국도 "단순히 불안감 해소를 위해 역학적 연관성이나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필요하다"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물론 '사례정의'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환자가 원할 경우 자비로 검사를 받을 수는 있다. 진단비용은 총 16만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원해준다더니, 왜 비용을 내야 하느냐"며 불만을 표시하는 환자가 많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 보건당국 "키트 추가 투입하고 기관도 확대"
시민들도, 의료진도 답답한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진단키트 수와 검사기관도 늘리겠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현재 하루 검사 가능 건수는 3000건 정도이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전날 코로나19 진단 시약 1종을 추가로 승인하면서 다음주 중에는 하루 최대 1만 건까지 검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진단관리팀장은 브리핑에서 "의료계와 진단검사의학회 협조를 얻어 의료기관들의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며 "특정적으로 몇 개 기관이 참여하는지 말하기 어렵지만 25~3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해 진단검사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