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분리' 법무부案, 한국 현실에 맞을까

청와대 관계자들 수사중인 시기…적절한가 '의구심'
내부통제는 오히려 '비중립적', 외부 장치 실효화해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후폭풍이 거세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인데, 현 실정에 맞는 방식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검찰의 힘을 빼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작 검찰 외 기타 '수사기관'의 권한분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고민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때 또다시 검찰만 타깃이 되는 통제장치가 제시되자, '검찰개혁'이 방향성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왜 지금' 직접수사 힘빼기 이어 기소권까지 통제하나

추 장관은 지난 1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른바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수사를 직접 하고도 기소하지 않으면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며 "기소 욕심, 오류와 독단이 생길 수 있다"고 수사·기소 주체 분리의 근거를 설명했다.


추 장관의 지적은 그간 법 실무자들과 학계에서도 꾸준히 제기돼 온 부분이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해결 방법으로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넘기고 수사지휘권도 폐지한 상황에서 이번엔 검찰의 기소권 통제까지 실험해보겠다는 말에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방해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추 장관은 지난달 인사를 통해 현 정권을 수사하는 팀을 사실상 해체하고 고위 공직자의 공소장도 전례 없이 비공개했다"며 "개혁에 때를 따질 때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개혁이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 재건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때'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여권 핵심 피의자에 대한 추가 기소를 오는 4월 총선 이후로 미뤄둔 상황이다. 추 장관이 이번 방침을 실행하더라도 해당 사건부터 적용한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사진=자료사진)
◇개혁 핵심은 정권·정치에서 중립적인 검찰

추 장관은 조만간 검사장급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검찰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수사 · 기소 부서 분리'가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해온 사건이 아닌 검찰이 직접수사한 영역에 대해서만 기소여부를 따로 검토하게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냐는 것이다. 수사한 검사가 압수수색·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막아야 하는 지 등 범위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만약 전체 사건에 대해 기소여부를 별도로 검토하게 한다면 인력과 시간의 문제로 오히려 피의자나 피해자, 참고인 등의 불편이 가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대배심 제도와 비교해보더라도 특정 검사의 수사를 외부가 아닌 내부의 다른 검사가 제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연방법상 대배심은 중범죄에 대해 수사를 마친 검사가 대배심원단에게 혐의와 증거에 대해 설명하고 기소여부 결정을 받는 절차다. 국내에서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대배심제를 모델로 만든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위원회에 사건이 회부되면 변호사·교수·기자·시민단체 활동가 등 검찰 외부위원 250명 중 무작위로 선정된 15명의 위원이 다수결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추 장관은 "(현행 기구는) 검찰 수사를 면밀히 검토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내부 기소 통제기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배심 모델 자체의 실효성을 높이고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에 맞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경지검의 한 평검사는 "내부적으로 기소를 다시 판단하는 책임자들이 고위 간부급이라면 법무부 장관 인사의 영향이 미칠 수 있어 오히려 '검찰 중립성'과 멀어보인다"며 "평검사들이라면 사실상 무의미한 절차 반복이 될 소지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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