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검찰내 '수사·기소 분리' 선언한 까닭

秋, 직제 개편 이어 검찰 개혁 가속화
검찰 일각 "살아있는 권력 수사한 대가인가"
실효성 떨어지고 사건처리 늦어져…지적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검찰의 직접수사 부서들을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편을 단행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엔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분리하겠다고 선언했다. 검찰개혁을 위한 수순이라는 평가와 함께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지나치게 불신하는 '보복성' 처사 아니냐는 반발도 나온다.


추 장관은 전날(11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권보장과 절차의 민주적 통제를 위해 기소와 재판 주체가 나누어져 있듯,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른바 법률 전문가인 검사가 수사를 직접 하고도 기소하지 않으면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되고 따라서 기소 욕심이 생긴다"며 "오류와 독단이 생길 수 있어 '수사 ·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침은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찰 직제개편의 연장선이다. 직제개편에 따라 검찰은 그간 정국을 흔드는 대형 사건을 맡아온 직접수사 부서들을 대폭 축소하게 됐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기 쉬운 직접수사 분야에 집중됐던 수사 인력을 민생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공판부로 재배치하려는 목적이었다.

법무부의 이번 '수사 ·기소 주체 분리' 역시 그간 무소불위의 기소권을 휘둘러온 검찰의 힘을 빼기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를 두고 검찰 일각에서는 "순수한 검찰개혁의 목적이 맞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여전히 수사와 기소 주체가 동일한 구성으로 추진 중인 상황에서 유독 검찰에만 그러한 잣대를 들이대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를 두고 특별히 이번 방침을 굳히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실제 추미애 장관의 첫 인사로 부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최 비서관의 기소를 두고 큰 마찰을 빚었다.

또 추 장관은 청와대의 선거개입 사건 수사팀이 이 지검장에게 주요 피의자에 대한 기소의견을 보고한 날 "중요사건 처리는 검찰 내·외부의 의견수렴을 거치라"며 사실상 제동을 거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수사한 검사와 한 발 떨어져서 기소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차장검사, 부장검사의 역할"이라며 "법무부의 방침은 기존 검찰 시스템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으로 여겨질 뿐 아니라 오히려 기소 여부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추 장관이 검찰 내부에 실험적으로 도입할 이른바 '레드팀'(반대 입장을 내는 역할을 맡은 팀)이 현실적으로 운영 가능한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수사한 검사가 자료를 모두 넘기면 기소 여부를 판단할 레드팀 검사가 다시 모든 증거목록과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사건 처리가 크게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건을 레드팀의 검토 대상으로 할 것인지 등에서도 일반 사건과의 형평성이나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번 '수사 · 기소 분리'와 관련해 대검찰청과는 아직 논의하지 않은 상황이다. 추 장관은 조만간 검사장급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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