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에 사표를 낸 지 불과 사흘만이다. 청와대의 검증기간을 감안하면 이미 한참 전에 제안을 받고, 수락을 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 들어 현직 언론인의 청와대 직행은 벌써 세 번째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MBC,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은 한겨레에서 바로 청와대로 왔다.
김의겸 전 대변인도 현직에 있을 때 내정이 됐지만, 몸담고 있던 한겨레신문사와 여론의 반발에 부딪쳐 일정기간 '뜸'을 들인 뒤 청와대 입성을 했으니, 사실상 직행이나 다름없다.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언론인을 뜻하는 '폴리널리스트'라는 조어(造語)가 만들어질 정도로 언론인의 권력기관행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권력기관은 자신들이 원하는 '홍보전문가'를 지근거리에서 손쉽게 발탁할 수 있고, 해당 언론기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인 발탁은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언론인 역시 권력기관의 일원으로 편입된다는 강력한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결국 양 쪽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거래인 셈이다.
하지만 현직 언론인의 잇따른 청와대행은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언론인 영입으로 언론의 감시기능을 약화시키고, 비판과 견제 없이 원하는 방향의 보도만 생산하기를 기대한다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다를 바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유력 보수언론인 이른 바 '조·중·동' 가운데 한 곳 출신의 언론인을 청와대로 영입한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반대 여론을 어떻게든 잠재우려는 불순한 의도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권언유착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언론인의 청와대 영입은 계속 되고 있다.
언론인의 권력기관 영입이 '권언유착'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 권언유착인가.
물론 현재의 언론환경은 그 어느 때 보다 최악이라고 할 만하다.
보수언론들은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흠집 내기 기사를 끊임없이 양산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한 유튜브에서는 온갖 선동과 가짜뉴스들이 범람하고 있다.
하지만,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정도(正道)를 포기하고,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행태를 답습한다면, 그것은 길을 잘못 든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틀림없는 것은 언론인의 청와대 영입으로 보수언론의 악의적 비판, 유튜버의 선동과 가짜뉴스가 줄어들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힘들지만, 정직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폴리널리스트'의 행렬은 이제 멈춰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