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수정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 속으로 훅 들어가 볼까요?
◆오수정>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관련 뉴스를 많이 찾아보실텐데요. 최근 뉴스들의 댓글창에서 이런 악성 댓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가 읽기도 민망한데요 최대한 순화해서 말씀드리면 "조선족은 치료해주지말고 강제 북송해라", "우한폐렴이 홍어폐렴이 됐다".. 오늘은 감염병만큼 심각한 악성 댓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수정> 바로 지난해였죠. 설리씨와 구하라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우리 사회가 악플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는데, 이런 악성 댓글은 최근까지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있습니다. 이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저희 심층취재팀에서 2019년에 악성 댓글로 재판을 받은 판결문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김현정> ‘죽음의 악플, 판결문 전수분석’입니다. 취재해보니,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뭐였어요?
◆오수정> 가장 큰 문제는 "목숨까지 빼앗는 악플로 유죄 받아도 낼만한 벌금형이 태반"이라는 겁니다. 저희가 유죄판결을 받은 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을 모두 분석해봤는데요. 88%가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김현정> 88%,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실제 징역을 받은 사례도 있나요?
◆오수정> 징역형은 8%에 불과했는데요. 그마저도 과거 전과가 있거나 협박 같은 다른 죄목이 더해야져 징역형이 나왔습니다.
징역을 받은 사례를 살펴보면요, 한 여성이 피해자가 운영하는 쇼핑몰에 "나와 성관계를 했다, 나를 폭행했다" 이런 허위사실의 댓글을 30개 넘게 남긴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이전에도 같은 피해자에게 200개 넘는 악플로 벌금을 받은 적이 있었던 사람이었어요. 이 악플 가해자에게 징역 5개월이 선고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김현정> 징역 5개월. 전과도 있고 댓글 내용을 보면 피해자에 대한 고통이 심각해보이는데 징역 5개월이라는 거죠?
◆오수정> 그렇습니다. 악성댓글의 평균 벌금액은 120만원이었는데요, 이것도 피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경우에 해당되고, 문제가 되는 여성비하, 지역비하 같은 혐오표현에 대한 벌금은 55만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악성 댓글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다보니까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홍남희 연구위원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홍남희 연구위원]
"악성댓글에 대한 법원 판결 대부분이 100만원 이하 낼만한 수준의 벌금이 대부분인 것은 피해자 입장에선 이미 확산된 피해에 비해서 미미한 금액이고, 또한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있어서도 효과적인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현정> 신입사원이 입사 동기와 상사에게 연쇄적으로 불법촬영과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요. 당시에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주장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됐었는데, 결국 성폭행을 한 상사는 구속까지 됐었죠.
◆오수정> 당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기사가 500건이 넘게 쏟아지고 피해자에 대한 악플만 무려 10만개가 달렸습니다. 피해자가 악플들을 보고 쓰러질 정도로, 졸도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정식 재판에 넘어간 악플 사건이 11개 정도가 됐는데, 저희가 분석을 해봤습니다.
◇김현정> 그 악성 댓글들의 내용은 대부분 피해자를 성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이었던 거죠?
◆오수정> 그렇습니다. 피해자를 일명 ‘꽃뱀’으로 지칭하는 댓글들이 대다수였는데요. 판결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실제 댓글 두 케이스를 소개해드리자면, "결론은 역시 꽃뱀이다"라는 댓글은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표현으로 "꽃뱀한테 물렸다"는 취지의 댓글은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습니다.
◇김현정> 벌금 30만원도 너무 낮은 거 아닌가 하는데.. 똑같이 꽃뱀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비슷한 댓글인 것 같은데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판단 기준이 뭐였는지 궁금한데요.
◆오수정> 먼저 이 표현이 피해자를 지칭했는지가 중요했고요. 댓글을 달 당시에 사건의 실체가 드러났는지 등도 판단기준이 됐는데, 상당히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샘 사건 피해자를 변호했던 김상균 변호사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 / 김상균 변호사]
"경찰이나 검사, 재판을 하는 판사 같은 경우 사람마다 같은 단어의 욕설이라고 하더라도 모욕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다양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판결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꽃뱀’이라던가 이런 표현에 대해 가지고 무죄가 나오고 이런 건 좀 의외긴 하거든요"
◆오수정> "악플은 아는 사람이 더 악질적"이라는 겁니다. 흔히 ‘악플’하면 연예인이 많이 시달린다고 생각하시잖아요.
◇김현정> 아무래도 악플로 고통 받는 연예인들 사건도 있었고 연예인 댓글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요.
◆오수정> 저희가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악플 피해는 일반인의 피해자가 80%로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저희가 판결문에서 본 사례를 말씀드리면요. 한 남성이 헤어진 전 여자친구에게 앙심을 품고 피해자의 SNS에 "다른 남자에게 명품 사달라고 했다가 신고를 했다" 이런 허위사실의 악플을 여러 차례 달아서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김현정> 특히 지인에 의한 악플은 주변 사람만 알 수 있는 정보나 개인신상이 노출될 우려가 있어서 더 피해가 심하겠네요.
◇김현정> 경찰이나 검찰이 악플 피해자를 울린다는 말인가요?
◆오수정> 그렇습니다. 악플 사건이 늘고 있지만 고소과정부터 험난하다는 불만인데요. 피해자가 악플을 들고 고소를 해도 “결국 각하될 거다” “이건 고소감이 아니다” 이러면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한 피해자는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가 담긴 성희롱 악플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는데 “이건 단순한 의견표명이어서 악플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피해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 악플 피해자]
"'어차피 이거(악플) 대부분은 기각된다. 대부분은 잘 안된다, 각하된다, 혐의 없다 이렇게 되는 거라서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마치 악플 쓴 사람들을 대변하는듯한 대화를 하고있더라구요. 경찰이건 검찰이건 '굳이 왜 하냐' 이런 식의 느낌이에요. 말을 들어보면 악플이 될 수 없다는 강의를 듣는 느낌?"
◇김현정>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를 회유하는 듯한.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피해자의 고통에는 둔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난해에 설리씨와 구하라씨 사건이 있고 반짝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는데도 다시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아요.
◇김현정> 피해자 중심의 양형이 필요할 것 같구요. 이번 악플 판결문 분석, 심층취재팀 어떻게 취재하셨습니까?
◆오수정> 통상 악성 댓글에는 명예훼손과 모욕죄가 적용되는데요. 지난해 이 죄목으로 재판을 받은 판결문 242건을 모두 분석했습니다. 저희가 분석한 내용은 지난 수요일부터 노컷뉴스 홈페이지를 통해서 차례로 나갔는데요. 자세한 통계와 내용은 노컷뉴스 기사를 참고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현정> 여기까지 듣죠. 오수정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죽음의 악플-판결문 전수조사' 노컷뉴스 기사 참조] |
① '악플' 판결, 전수 분석해보니…"아는 사람이 더 악질" ② 목숨 빼앗는 악플로 유죄 받아도…"낼만한 벌금 수두룩" ③ 악플 피해자 울린 수사기관…"이 정도가 무슨 악플이냐" ④ 10만개 악플 달린 '한샘 사건'…법원판결은 들쭉날쭉 ⑤ "전라도·조선족은 치료말라" 혐오악플은 왜 퍼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