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판매업자들은 이런 소비자의 불안 심리를 활용한 '공포 마케팅'으로 이목을 끌고, 감염병과 무관한 제품을 신종코로나와 연관 지어 홍보하기도 한다.
7일 국내 온라인 쇼핑몰과 중고나라 등을 살펴보면 국내 첫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말부터 '우한 폐렴' 또는 '신종코로나'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상품 홍보 게시물이 매일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최근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는 인기 콘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이 게시물에도 '신종코로나'가 언급됐다.
판매자는 "신종코로나 때문에 밖은 위험하니 집에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게임기와 CD를 40만원에 판매한다"며 감염병과 게임기를 억지로 연관 지어 홍보했다.
쿠팡 인터넷 사이트 메인 홈페이지 화면에는 최근 '감염 예방 필수품'이라는 배너가 새로 생겼다.
이 화면에서는 바이러스 예방 행동수칙 설명과 함께 감염 예방을 위한 필수품이라며 마스크와 세정제, 공기청정기 등 수백가지 제품을 판매했다.
신종코로나와 관련성이 작아 보이는 무선 진공청소기와 세제 등 청소용품이나 비타민과 홍삼 세트 등 건강 보조식품도 감염 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함께 판매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쇼핑 사이트에서 필수품이라고 하는 제품 대부분이 사실상 바이러스 감염 예방과 무관하다고 설명한다.
이상엽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공기청소기가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자 격리를 위한 음압시설 정도의 설비를 갖춰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며 "가정용으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가 바이러스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홍삼 등 건강 보조 식품의 전염병 예방 효과도 검증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건강 보조 식품이 개인 면역력을 높여줄 순 있어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면역 항체를 형성시켜준다는 의학적 증거는 없다"며 "홍삼이나 산삼 역시 신종코로나 감염 예방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이 같은 광고를 보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신종코로나 필수품'이라는 광고를 보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산삼도 필수품이라고 하는 광고를 보면 웃기면서도 괜히 구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0)씨는 "공기청정기나 살균제 같은 제품들을 '필수품', '생존용품'이라면서 판매하는 것을 종종 봤다"며 "손 씻기가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공기청정기 같은 제품이 실제로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검증도 제대로 안 된 상황에서 필수품 운운하는 광고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라며 "공포심을 자극해 이윤을 내려는 상술 같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해 상업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마케팅 방식이 국민적 불안감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신종코로나 사태를 상술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행태는 실제로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는 못하고, 국민적 불안감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기업들도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선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며 "보건당국이나 전문가 집단,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이 같은 행태를 감시하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