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보고 '朴탄핵' 이끈 추미애, 이젠 안된다?

최순실 공소장 보고 박근혜 탄핵 가결
"전례 없는 정치적 판단"…비판 가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비공개한 결정을 두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국정농단'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검찰 공소장을 바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한 인물이 추 장관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5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어왔다"고 밝혔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송철호 울산시장‧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의 공소장을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거부 방침을 확고히 한 것이다.


법무부는 "공소장 전문이 형사 재판 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공개되어 온 것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추 장관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행보와 반대된다. 2016년 말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명예·사생활보다는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로 인한) 기본권 침해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2016년 11월 20일 검찰이 최씨를 구속기소한 후 바로 공소장을 받아보고 "대통령은 수사에 협조해야 하는 참고인이 아니라 권한남용과 강요죄의 주범"이라며 탄핵을 추진했다.

최씨의 국정 개입 의혹은 그보다 한 달 앞선 10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추 대표를 비롯해 당시 야당과 여당(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탄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검찰 공소장을 받아 본 후다.

현재 법무부는 공개된 재판에서 공소장이 공개돼야 당사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시 추 대표는 최씨의 첫 재판 기일이 잡히기도 전에 공소사실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했고 그 해 12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최씨의 공판준비기일이 처음 진행된 것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인 12월 19일이다. 재판에서 공개적으로 검사가 공소사실을 낭독하는 정식 공판은 이듬해 1월에야 처음 열렸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을 파면했고 같은 달 31일에서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현재 법무부의 논리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은 '피의사실 공표'로 탄핵까지 당한 셈이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를 두고 "전례 없는 정치적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당시 최씨의 공소장 공개를 거부했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보라"며 "대통령 탄핵까지 성사되지 못했을 수 있고 그 경우 정권의 압력으로 이후 수사도 불투명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요구하고 언론이 공개하려는 하는 공소장은 주로 고위공직자 등 중요 비리에 관한 것인 만큼 일반인의 경우와 같게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기소 후 공소장은 곧 재판에서 공개될 내용"이라며 "그보다 앞서 공개되면 재판에서만큼 방어권이나 반론권을 보장받지 못할 수 있지만 매우 중대한 부분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 알권리나 공정한 수사가 방해받을 소지가 크다면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해석이다.

법무부는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등의 기소 시에도 공소장 원문은 비공개할 방침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법무부는 "추 장관은 법무부가 제정한 규정을 스스로 위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기로 했다"고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