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靑선거개입' 공소장 제출 거부…"명예·사생활 보호"(종합)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수사중 피의자 피의사실공표"
국회의 자료제출 요구에 공소사실 요지 자료만 제출
공소사실 요약본, 검찰 보도자료 내용과 '대동소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법무부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수사 내용이 담긴 공소장을 결국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고려해 공소사실을 간략히 요약한 '요약본'만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 대해 비실명 처리한 공소장을 공개해 오던 관행과 달리 검찰이 기소할 당시 낸 보도자료와 비슷한 수준이어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공소장이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과 맞물리면서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법무부는 4일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에 연루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의 범죄사실이 적시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공소사실 요지 등에 관한 자료만 국회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 진행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소장 원문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들어 공소사실 요약본만 제출했다.

법무부는 향후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공소장을 내지 않고 요약본만 국회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 및 사건관계인의 인권과 절차적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그러나 법무부가 제출한 해당 요약본이 검찰의 기소 당시 보도자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29일 해당 공소장을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엿새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일방적인 공소장 비공개 결정이 유례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주요 공범에 대한 범죄사실이 적혀 있을 경우 수사팀에서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법무부에 전달한다. 이 경우 관련 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공소장이 공개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이러한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일각에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들어 공소장 비공개가 적법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국가기관은 국회로부터 서류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다만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일 경우 공개를 제한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그러나 이번 공소장 내용이 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법무부가 정치적 논리로 특정 사건의 일처리만 지연시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총선을 두달 남짓 남겨두고 일부 후보자의 범죄사실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법무부가 노골적으로 청와대의 흠을 가리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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